해양 사고의 98%를 차지하는 인적 과실은 단순한 부주의가 아닌 인간의 신체적·심리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소형 어선에 특화된 AI 충돌 예방 기술을 통해 사고 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 전 예방의 시대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주제로 한국해양교통공단 이경훈 기술연구소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소형 어선 충돌사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2년(2023~2024)간 해양 사고를 보면 충돌사고는 선박 척 수 기준 두 번째(14.8%)로 많은 사고 유형입니다. 하지만 부상자 수는 339명으로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이죠. 특히 충돌사고 선박의 67.3%는 어선이고, 이 중 절반 이상(51.1%)이 20톤 미만 소형 선박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사고의 중심에 소형 어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충돌사고 대부분이 어선 자체의 조업 방식, 휴식시간의 부족에 따른 피로 누적, 안전에 대한 주의 부족, 경계 소홀 등 인적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더 조심하자’라는 말만으로는 인간적 한계를 넘기 어렵습니다.
Q. 어선의 작업 환경이 사고 위험과 관련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어선은 어획물이나 사람을 태우고 이동도 하지만, 동시에 어업인들이 어로 작업을 하는 ‘바다 위의 움직이는 일터’이기도 합니다. 조업 경쟁과 복잡한 해역 환경이 겹치면 사고 위험은 커집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악화는 선박이 안고 있던 위험 요인을 키우는 ‘촉발 요인’이 되고 있는데요. 수온 변화로 조업 구역이 먼바다로 밀리면서 운항 거리가 길어 지고, 해상 환경이 급변할 경우 신속히 피항하기도 쉽지 않아진 겁니다. 선체가 작은 어선은 높은 파도와 바람에 더 취약하겠죠. 안전은 언제나 변화하는 ‘현장에 맞게 설계’돼야 합니다.
Q.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요?
공단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보급형 소형 선박 충돌 예방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 연구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5년 4차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으로 진행되며, 2027년 11월까지 총 9억 원 규모로 추진됩니다. 공단은 HD현대 아비커스, 비트센싱과 협력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예측·경고 실증 모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Q. 이번 연구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소형 선박 충돌 위험을 탐지하는데서 나아가 예측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기술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기존의 GPS 위치정보 기반 장비와는 다르게 카메라 기반 시각 정보와 레이더 센서를 융합하고, 딥러닝 기반 AI를 적용해 해상 객체를 정확하게 탐지합니다. 대형·소형 선박은 물론 등부표, 암초, 부유물 등 비선박 위험 요소까지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야간 악천후 해상 환경에서도 객체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분석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합니다. 일정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즉시 경고하는 구조입니다. 운항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신호를 주는 방식이죠.
Q. 기존에는 이런 기술이 없었나요?
이미 대형선에는 적용됐습니다. 그러나 대형선 중심 기술을 소형 선박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기존 방비(AIS/V-PASS)는 선박 간 위치정보만 제공하여 해상 부유물, 비선박 객체는 탐지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국내 연안 특성과 어선 운항·조업 환경을 학습한 알고리즘 모델이 필요합니다.
Q. 소형 선박 특화 기술이 필요한 이유네요. 그렇다면 현장 적용성은 어떻게 확보하나요?
국내 연안의 지형적 특성과 어선의 불규칙한 운항·조업 패턴을 반영해 모델을 설계하고, 국내 주요 연안에서 반복 실증을 통해 신뢰성을 검증할 계획입니다. 안개·해무·야간 등 조건에서도 카메라 센서와 레이더 센서의 정확도와 안전성이 유지되는지도 핵심 실증 요소입니다. 기술은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장에서 체감되고 충분히 신뢰받는 게 중요합니다.
Q. 충돌을 경고하는 기술 이후도 구상 중이실까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 기술과 협력해 위험 상황에서 감속·항로 변경 등 회피조타제어까지 가능하도록 안전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충돌 예방 기술은 자율 운항 안전 체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어선 통합 자가진단시스템(OBD)입니다. 엔진·전기·항법·선체·어로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해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 예방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충돌 위험 예측, 설비 이상 감지, 운항 데이터 분석이 결국 하나의 통합 안전 체계로 연결돼야 합니다.
Q.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로 보입니다. 소장님께 해양 교통 데이터는 어떤 의미인가요?
배가 태어나 바다의 풍파를 겪으며 지나온 일생의 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흔적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 점에서 데이터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데이터를 통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안전하면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최첨단 시대에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본은 안전 수칙입니다. 출항 전 주요 설비 작동 여부를 반드시 점검하고, 구명조끼와 구명 뗏목, 소화기같은 안전 장비 사용법을 평소에 숙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고립된 해상에서 사람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습니다. 기술은 신뢰성이 전제되어야 사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끝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인간의 감각을 넘어서는 기술, 어선 상태를 진단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함께 경계를 서야 합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경훈 기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