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이 열리고 닫히던 군산 내항은 이제 거대한 노천 박물관이 되었다. 화물 대신 역사를 실어 나르던 흔적을 따라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자. 켜켜이 쌓인 역사 위를 지나며, 바닷바람과 함께하는 가벼운 봄 산책이 이어진다.
바다가 들려주는 호국의 기록
진포해양테마공원
내항의 끝자락,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위봉함이 시선을 붙잡는다.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왜선을 격퇴했던 진포대첩의 현장에 조성된 진포해양테마공원이다. 이곳에는 탱크, 전투기, 함선 등 육해공군의 퇴역 장비들이 한데 모여 있다. 이 가운데 중심이 되는 해군 상륙함 위봉함 676 내부에 들어서면 1층에서는 진포대첩 관련 전시를 살펴볼 수 있고, 2층에서는 조타실과 통신실 등 군함의 실제 구조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비행기와 탱크를 만나는 박물관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호국 정신을 되새기는 체험의 장이 된다.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내항2길 32
문화의 화합
군산짬뽕특화거리
역사를 충분히 만끽했다면 이제는 입이 즐거울 차례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서 멀지 않은 짬뽕특화거리는 군산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면서 항구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곳은 개항 이후 정착한 화교들이 중식당을 열며 형성되었다. 골목에
들어서면 매콤하고 진한 육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해산물을 듬뿍 올린 짬뽕부터 돼지고기로 깊은 맛을 낸 국물까지, 집집마다 다른 비법을 내세운다. 오랜 세월 가업을 이어온 노포에서 한 그릇을 비워내고 나면, 군산의 문화가 어떻게 섞이고 이어져 왔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장미1길 41
100년의 흐름을 잇는 이정표
백년광장
군산짬뽕특화거리와 진포해양테마공원 사이에는 군산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백년광장이 있다. 광장 한복판에는 조형물 〈길 111 of 수근〉이 자리한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이동 경로였던 군산항의 뱃길과 부두 노동자의 삶을 담아낸 작품으로, 항구 노역을 하면서도 예술을 놓지 않았던 박수근 화백을 기리고 있다. 화려한 장식 대신 정자와 벚나무가 어우러진 백년광장은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정자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면, 100년 전 이곳을 오갔을 수많은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장미동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