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 해의 끝자락
제주 모슬포에서

좋은 시작을 하려거든, 좋은 마무리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우리, 여러 가지 후회와 아쉬움이 남더라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해 보도록 하자.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가 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 모슬포처럼. 여기서라면, 아쉬움 없이 다가오는 시간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모래가 많은 바닷가 마을, 모슬포

제주도는 언제 찾아도 참 매력이 넘친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여름에는 수국이, 가을에는 온갖 산해진미가, 겨울에는 통통하게 기름이 오른 방어가 여행객들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사실 앞에 언급한 것들뿐만 아니더라도 제주도는 워낙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해 취향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바람이 유독 세차게 부는 겨울날에 제주도를 찾았다면, 제주 남서부쪽에 위치한 모슬포를 추천한다. 모슬포는 서귀포 대정읍 하모리에 있는 곳이다. 모슬포라는 이름은 ‘모살개’에서 유래했는데, 여기서 ‘모살’은 ‘모래가 있는 포구’를 뜻한다. ‘모살개’는 ‘모래와 갯가’가 합쳐진 말로 ‘모래가 많은 바닷가 마을’이라는 의미도 있다. 옛날부터 강한 바람에 의한 해안사구가 발달한 대정읍 상·하모리 지역을 ‘모살개’라고 부르던 것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모슬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와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로 가는 여객선이 모슬포 운진항에서 운행되고 있을 만큼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최남단방어축제는
200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모슬포
대표 겨울 축제다.

모슬포항에서 겨울의 맛을 즐겨볼까

모슬포항은 제주 올레 10코스의 종점이자, 11코스의 시작점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올레길이 지나는 데다가, 제주도 남서부 지역의 대표 항구이자 최남단 어업기지여서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게다가 1918년 일본 오사카 항로가 개통되었고, 1971년에 국가어항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도 깊다.
겨울에 모슬포항을 찾았다면, 겨울 제철 생선인 방어를 꼭 맛봐야 한다. 모슬포는 우리나라 최대의 방어 생산지인데, 바람이 모질고 물살이 센 제주 바다를 헤엄치느라 몸집이 크고, 살이 단단하며, 기름기가 많은 모슬포 방어는 전국에서도 상품 가치가 뛰어나다고 인정받기 때문. 특히 항구 한쪽에 ‘방어축제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만큼 ‘방어’로 상징적인 곳이다. 항구를 따라 즐비한 식당가를 지날 때마다 ‘대방어’, ‘특대방어’라는 문구를 쉬이 볼 수 있다. 시기를 잘 맞춘다면, 모슬포항에서 열리는 최남단방어축제를 즐길 수도 있다.
최남단방어축제는 200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모슬포의 대표 겨울 축제인데, 맨손방어잡기, 방어낚시, 방어 해체쇼 등의 방법으로 방어를 만지고,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맨손방어잡기는 최남단방어축제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넓은 수조에 방어를 풀어 놓고, 맨손으로 잡는 체험인데, 매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참가자들이 몰려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잡은 방어는 포상으로 가져갈 수도 있으니, 한번쯤 도전한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사실 참여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스릴이 넘치니 취향껏 즐겨보자.

소박하고 따뜻한 풍경, 신도포구

시끌벅적한 모슬포항에서 짜릿한 경험을 했다면, 조용한 여행지가 생각이 날 것. 그럴 때는 모슬포항에서 차로 10분 남짓 소요되는 제주 도구리알로 가 보는 것은 어떨까. 도구리알은 올레 12코스 신도리 해안에서 수월봉 방향으로 가는 해안도로에 있다. 제주에서는 돼지 여물통을 돌도구리라고 부르는데, 이 해안도로에 나 있는 조수웅덩이(밀물 때 바닷물이 차 있다가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사라져 육지로 변하는 조간대)가 돼지 여물통인 도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도구리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 가 보면, 두 개의 웅덩이가 나란히 제주의 푸른 바닷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독특하다.
관람은 금세 끝나지만, 아쉬워 말 것. 바로 옆에는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뿔소라공원과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가 그토록 좋아했던 돌고래 스폿이 나오기 때문. 신도포구가 있는 대정읍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 100여 마리가 회유, 서식하는 구간인데 운이 좋으면 직접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보통 조용한 시간대인 오전이나, 일몰 시간대에 자주 출몰한다는데, 참고하기를 바란다.
운이 좋게도 돌고래를 마주하고, 기분이 좋아 신도포구까지 걸었다. 소박하고 아담한 어촌마을의 모습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제주도의 추위도 잊힐 만큼 따뜻한 풍경. 이 따뜻한 풍경을 눈에 담고 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새해, 혹시 모를 시련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조금 더 따뜻한 말들만 오가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돼지 여물통인 도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도구리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도어촌계식당
그럴싸하게 꾸미지 않아 더 정겨운 곳이다. 제주삼겹살, 뿔소라, 한정식 등 제주에서 난 다양한 식재료를 가지고 푸짐한 밥상을 내어주는 인심 좋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식사 시간이면, 도민, 현지인들이 더 많다. 제주도의 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