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큼 걷기 좋은 계절도 없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바람, 산뜻한 공기가 우리의 몸을 저절로 바깥으로 이끈다. 그러니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마음껏 걸으며 전국 곳곳에서 가을날을 즐겨보자. 기왕이면 푸른 자연과 계절 꽃이 만연한 곳이면 더 좋겠다. 완도수목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완도’하면 대부분 ‘바닷가’를 떠올리곤 한다. ‘해양치유완도’라는 공식 닉네임이 있기에 완도를 바닷가 동네로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올가을에는 완도 바다와도 가까우면서도 초록빛 숲에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완도수목원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1991년 개원해 완도 상왕봉 자락에 자리한 완도수목원은
전라남도에서 유일한 난대림 수목원이다.
산림박물관, 아열대온실, 수변쉼터, 난대림탐방로 등 다양한 시설과 주제원을 갖추고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1년 내내 푸른빛을 띠는 난대림과 다도해의 경관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이를 인정받아 제1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테마별로 조성된 30여 개의 주제 정원을 걸으며 식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숲속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덤. 게다가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완도의 푸른 바다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완도 신흥방파제와 대문리방파제를 거쳐 시골길을 조금 더 달려오면 완도수목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걸어서 올라가야 하니 표를 끊고 차로 이동해 수목원 내부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을 추천한다.
워낙 넓어서 하루에 다 돌아보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해서 움직여도 되고, 수목원 안내판에 적힌 코스를 참고해 걸어도 좋다. 코스별로 3코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1코스는 1시간, 2코스는 1시간 30분, 3코스는 2시간가량 소요된다. 백운봉, 상왕봉까지 가는 등산코스는 4~5시간을 잡고 가야
하니, 초행일 경우에는 등산코스를 안내 받은 후에 등산로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완도수목원’이라는 정겨운 글씨가 쓰인 문을 지나면 이제부터 자연이 만들어낸 숲속 세계가 펼쳐진다.
다른 수목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면, 이곳은 정말 야생의 숲속을 걷는 느낌이 강하다. 야트막한 산행을 하는 기분이 든달까. 길 중간마다 나무로 만든 이정표를 참고해 걷다 보면 수목원이 간직한 다양한 주제원이 나온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계곡쉼터.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것만 봐도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계곡쉼터를 지나 좌측으로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수생식물원이 나온다. 여기서는 부레옥잠, 개구리밥처럼 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물이나 수련, 자라풀 등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잎이 물 위에 떠 있는 부엽식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수생식물원을 지나면 아열대온실이 보인다. 아열대온실에서는 울레미 소나무,
나무고사리와 다양한 선인장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학림교를 지나 암석원으로 가는 길에서는 고요한 숲속을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존재하는 암석원을 지나 제2수관데크까지 올라 본다. 여기서는 멀리 달마산과 신학저수지, 더 멀리는 푸른 바다가 보인다. 1코스 위주로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멋진 한옥 외관이 인상적인 전라남도
산림박물관이 나온다.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 유일의 난대림 전문 박물관으로, 자연·생태 및 산림 이용의 소중함을 알리고 난대림 식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2009년 개관했다. 11월 27일까지는 ‘남겨진 초록, 선 위에 피어난 생명’이라는 주제로 선인장 그림 전시가 열린다. 세밀화로 그려진 선인장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만의 선인장 엽서 꾸미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산림박물관을 지나면 동백나무원이 보인다. 시즌이 아니라 동백꽃을 볼 순 없었지만, 군락을 이룬 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차나무과원, 사계정원, 수변데크까지 돌아보면 다시 원점이다. 짧은 시간을 빼곡히 채워 걸었던 완도수목원. 걸음마다 펼쳐진 푸른빛 향연처럼, 우리의 남은 계절도 언제나
푸르기를!
전남 완도군 군외면 초평1길 156
09:00~18:00 (매달 첫 번째 월요일 정기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