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바다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는 무려 13만 톤. 그 중 절반이 폐어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바다가 우리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이 고통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그 고통을 멈추기 위해, 목포에서 작은 행동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파타고니아를 꿈꾸는 스몰액션, 그들이 바다에 답하고 있다.
Q. 스몰액션은 어떤 기업인가요?
바다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지만, 해양 폐기물과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스몰액션은 병들어가는 바다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으로, 플로깅 활동부터 해양 쓰레기를 활용한 제품 개발, 전시와 교육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 강진군, 고흥군 등 지자체와 협력해 매년 약 375톤의 폐그물을 안정적으로 수거하고, 이를 자체 특허 기술로 가공해 고품질 리사이클링 원단으로 되살리고 있습니다.
Q. 스몰액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도시재생 일을 했어요. 그러던 중 2018년 목포에서 진행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바다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죠. 바다의 무한한 가치를 알게 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결국 바다를 살리기 위한 활동을 결심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바다를 찾았는데, 가는 곳마다 폐그물과 부표가 널려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문제를 어업인들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바다의 혜택을 누리는 건 우리 모두니까요. 그래서 ‘나부터 책임지고 무언가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Q. ‘스몰액션’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말 그대로 ‘작은 행동에서 시작하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작아 보이는 우리의 행동이 사실은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사람들이 “이름은 스몰액션이지만, 하는 일은 참 크구나”라고 말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Q. 현재 스몰액션의 주요 활동은 어떤가요?
저희가 집중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저희만의 기술을 활용해 바지선 위에서 해양 쓰레기를 곧바로 세척하는 것입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는 악취가 심하고 벌레가 꼬이기 때문에 빠른 세척이 중요합니다. 기존에는 규제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현장에서 즉시 세척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재활용률을 기존 5%에서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둘째, 이렇게 폐어망, 로프, 부표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가방, 파우치, 메시 원단 같은 생활용품부터 팔레트, 캠핑박스 같은 산업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듭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가 다시 유용한 ‘자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교육과 전시를 통해 해양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재활용의 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 중입니다.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
‘라디오비’와 협업해 나온
해양쓰레기 리사이클 스툴.
환경을 위해 작지만 신중한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 넥슨의
장어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
바다를 사랑하는 지역 기업
보해양조와 함께 진행한
특별 사진전.
수협중앙회, 신안어촌계
사람들과 함께한 플로깅.
Q. 어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폐어망을 수거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업인들이 생업을 잠시 미루고 적극으로 도와주세요.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 바지선에서 쓰레기를 세척하는 걸 놀라워하세요. 사실 어업인들도 오래전부터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규제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던 일이거든요. 저희가 제도화에 성공하면서 가능해진 거죠.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가 다시 어구나 제품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는 ‘정말 신기하다’고 말씀하세요. 직접 만든 팔레트를 선물로 드렸을 때는 특히 감격해 하시더라고요.
Q. 기억에 남는 협업 사례가 있을까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과 함께한 ‘온 더 보트(On the Boat)’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폐그물과 로프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양 폐기물의 자원화와 순환 경제를 실현하는 시도였죠. 전남 고흥군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약 250kg의 폐그물과 로프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수익성은 크지 않았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을 주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플라스틱 혼합 레시피’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더 발전시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해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하와이까지 흘러간 사례도 봤거든요. 바다는 연결돼 있으니까요. 해외 여러 기관, 단체와 협업하면서 지속 가능한 바다의 미래를 만들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해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Q. 대표님께 바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공간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바다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됐습니다. 제게 바다는 늘 위로와 용기를 주는 존재입니다. 더 강해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삶의 동반자입니다.
보해양조와 협업해 만든
‘바다를 살리는 가방’.
스몰액션과 한국훼스토가
협업해 만든 업사이클링 가방.
스몰액션은 해양 폐기물을 줄이고 바다를 지키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남 목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업 과정에서 버려진 그물과 폐어구를 수거해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해양 정화 활동, 환경 캠페인,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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