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름에 제철, 태안

여름은 생각을 비워내는 계절이다.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담긴 잡념들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쯤, 누구나 쉬어간다는 계절 여름이 온다. 그러니 평화롭고 안락하다는 이름을 가진 태안으로 가서, 쉼을 누려보기를. 푸른 바다를 곁들인 고요한 풍경들에 잡념은 사라지고, 다시 좋은 것들로만 빼곡히 채워질 테니.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바다가 보고싶었어요, 가까운 곳에서

충남 태안은 수도권과도 가까워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찾는 여행지 중 하나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꽃지해수욕장부터 신두리해수욕장, 몽산포해수욕장 등 해수욕장도 많아서 여름휴가 장소로도 제격이다.
태안에 유독 다양한 분위기의 해수욕장이 많은 이유는 지리적인 요인이 크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을 이루고 있어 해안선이 매우 발달했다. 그 덕분에 서쪽, 남쪽, 북쪽 어디에서라도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보고 즐기는 게 가능하다. 오죽하면 일대가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까. 여러 유명한 해수욕장 중에서도 몽산포해수욕장은 백사장이 깨끗하고 탁 트인 바다가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주변의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경치가 장관으로 손꼽힌다. 이런 이유로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즐거움과 삶 그 경계의 몽산포

몽산포해수욕장에서 쉬거나 물놀이만 즐기기가 아쉽다면 인근 몽산포항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몽산포항은 태안의 다른 항구에 비하면 작지만, 소박한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다양한 캠핑장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작은 수산시장도 자리한다. 아침 일찍 가면 하루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바삐 움직이는 어업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바구니나 수조에 해산물을 가득 담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해풍에 손질한 생선을 말리는 것도, 이른 새벽 뱃일을 마치고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많은 몽산포항이지만, 여기서 꼭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은 바로 갯벌체험. 몽산포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 오래전부터 해루질 명소로 잘 알려졌는데, 간조 때에는 낙지, 소라, 바지락, 고둥 등 다양한 해산물을 잡는 맛이 상당하다. 해루질 명소답게 인근 상점이나 펜션 등에서는 ‘갯벌체험 가능’ 문구를 써 붙여놨다.
직접 잡지 못한다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간조 때를 맞춰서 해루질하러 나온 어업인들이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먹거리를 캐기 때문. 이들 대부분은 해루질해서 얻은 해산물을 깨끗하게 손질해 판매한다고 한다. 태안을 방문했던 날에는 수확이 영 시원찮아 “오늘은 별로 없네~”라며 아쉬워하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잠깐 즐기는 신나는 체험이, 누군가에게는 생업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부디 이들의 바구니가 빼곡해지는 날이 많아지기를.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많은 몽산포항이지만,
여기서 꼭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은 바로 갯벌체험.
몽산포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있어 오래전부터
해루질 명소로 잘 알려졌는데, 간조 때에는 낙지,
소라, 바지락, 고둥 등 다양한 해산물을 잡는 맛이 상당하다.

조용해서 오히려 좋은 신두리해수욕장

같은 바다일지라도, 저마다 간직한 분위기가 다르다. 신두리해수욕장도 그렇다. 신두리해수욕장은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마을에 있다. 몽산포해수욕장이 ‘즐기는 바다’라면, 여기는 ‘조용한 바다’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에서 간혹 산책하다 가는 여행자들만 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두리해수욕장은 결코 무료하지 않다. 그 옆에 자리한 신두리해안사구가 신두리해수욕장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신두리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대 모래언덕이다. 빙하기 이후 1만 5천 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모래가 바람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모래언덕을 이룬 것이다. 사막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인지 태안에서도 가장 독특한 여행지로 이름났다.

몽산포해수욕장이 ‘즐기는 바다’라면,
여기는 ‘조용한 바다’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푸른 바다, 초록빛 사막 신두리해안사구는 이 맛이지

볕이 뜨거움에도 신두리해안사구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고자 사람들은 해안사구 산책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안사구의 포토존인 모래언덕을 만날 수 있다. 고운 모래언덕을 마주하고 나면, 사막을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온전히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다.
모래언덕을 지나면 다시 풀이 무성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구 초지, 사구 습지 등 사구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자연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신비롭기까지 하다. 여름철에는 해당화, 갯쇠보리를 주로 볼 수 있다. 뜨거운 햇볕이 힘들다면 곰솔생태숲을 걸으며 잠시 땀을 식혀도 좋다. 곰털 같은 잎이 특징인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뤄서 여행자들에게 쉼을 제공한다. 그러다가 다시 전망대까지 향해 가면 신두리해안사구의 풍경과 멀리 신두리해수욕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의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풍경인지라 더 깊게 와닿는다. 여기서는 걷고 또 걷다가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푸른 초원을 이룬 한여름날의 사막의 풍경. 이 계절에만 담을 수 있어서인지 더 짙게 남는다.

모래언덕을 지나면 다시 풀이
무성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구 초지, 사구 습지 등 사구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자연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신비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