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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스 이재훈 대표 해양 쓰레기, 다시 보석이 되다

생명의 보고, 바다. 그런데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로 인해 바다가 아파하고 있다. 오르비스는 바다에서 수거한 유리조각을 선별, 세척, 건조 그리고 여러 번의 열가공과 작업을 거쳐 주얼리로 탄생시킨다. 인위적인 색 하나 없이, 버려진 유리병 색 그대로. 그렇게 상처였던 유리 조각은 누군가의 손끝에서 다시 빛나고 있다.

글. 박영화 사진. 고인순

Q. ‘오르비스’는 어떻게 설립하게 되었나요?

2017년, 10여 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정착한 곳이 충남 서천군이었어요. 처음엔 잠시 쉬려고 했는데, 금세 3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나 시간이 흘렀죠. 그러다 우연히 지역 일자리 재단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청년기업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혜택이 많더라고요. 운 좋게 저도 청년기업으로 선정되어 활동하던 중 예비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하면서 ‘오르비스’라는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오르비스(Orbis)’는 라틴어로 ‘원’, ‘둥근 모양’을 뜻하는데요. 사회적기업으로서 취약한 환경을 둥글게 감싸안고자 하는 우리의 지향점을 담고 있습니다.

Q. 서천에 정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께서 귀촌지로 서천을 선택하셨기 때문이에요. 귀국 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지낸 서천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푸른 바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갈대밭, 겨울이면 찾아오는 철새들, 석양이 비추는 붉은 풍경까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숨 쉬며 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더라고요.

Q. 서해에 버려진 유리 조각으로 만든 주얼리가 인상적입니다. 유리 조각을 어떻게 주얼리로 탄생시킬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딸이 둘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근처 바닷가를 산책하고, 모래놀이도 하곤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유리 조각이 너무 많아서 아이들이 다칠 뻔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무분별하게 버려진 유리 조각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이면 가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그러다 유리 조각을 활용한 주얼리를 떠올렸어요.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업사이클링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Q. 유리 조각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주얼리가 되는 건가요?

유리 조각을 수거해서 분리·세척·열가공·연마 과정을 거쳐 바다유리 주얼리가 완성됩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난 바다유리 주얼리’라는 의미로 ‘새로이’라는 이름도 지었답니다. 인위적인 광택을 위한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은 자연을 지켜가며 만든 제품입니다. 이 가공 기술은 특허를 획득했고, 제품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선을 보였어요. 현재는 홈페이지와 쇼룸에서도 판매 중입니다.

Q. 오르비스는 ‘반려해변 가꾸기’에도 적극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려해변 가꾸기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반려해변 제도는 해양 쓰레기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된 정부 정책입니다. 기업이나 단체 등이 특정 해변을 맡아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해변 입양 프로그램이지요. 반려해변 전국대회도 열렸는데, 그 대회에 참가해서 ‘우수 모니터링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반려해변 코디네이터를 선발하고, 입양기관을 유료 정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도 ‘가치잇는그린협동조합’의 코디네이터에 선정되어 지난 5월부터 활동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정기 캠페인은 바다의 날, 환경의 날, 생태보호의 날 등에 맞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고, 해변 정화는 여유가 될 때마다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수거한 해양 쓰레기양이 1,000kg이 넘어요. 지역신문에도 실렸죠. 최근에는 ‘갈목 반려해변’도 새로 입양했습니다.

Q. 제로웨이스트 상점도 운영하시더라고요.

업사이클링 지도사 교육 과정에서 만난 동료들과 ‘그린어게인’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그 활동의 하나로 자주 찾던 송림 바닷가를 ‘반려해변’으로 입양하게 되었죠.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정기적인 캠페인과 보호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이후 그린어게인을 ‘가치잇는그린협동조합’으로 재정비했고, 2024년 10월에 서천군 제1호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가치잇는상점’도 열게 되었답니다.

오르비스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지역의 가치를 선물하는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Q. 해양환경 관련 협업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오르비스는 사회적기업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 좋게 3곳의 예비사회적기업이 모여 ‘SUPP(썹)’이라는 프로젝트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어요. ‘서해안 업사이클링 선물’을 뜻하는 브랜드로, 1차 프로젝트에서 ‘캠핑’을 주제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했고, 크라우드 펀딩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현재는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클럽키퍼스와 함께 새로운 교육형 키트의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이고, 포장 패키지 디자인과 인증 절차를 마치고 판매를 앞두고 있어요.

Q. 앞으로 해양환경과 관련해 준비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반려해변 코디네이터 활동을 통해 서천의 세계자연유산인 갯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또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지리적 자원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고,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SUPP에서 제작한 환경교육 키트가 활발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홍보 활동도 지속할 계획이에요.

Q. 오르비스의 활동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오르비스의 슬로건은 “Blow one’s breath on the jewellery”, 즉 ‘주얼리에 숨결을 불어넣다’입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갖고 싶어요. 요즘 경제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지금이 더욱 뛰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비스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지역의 가치를 선물하는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영리만을 추구하기보다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오르비스의 반려해변 가꾸기 활동



오르비스는 업사이클링 주얼리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충남 서천 바닷가 마을에서 활동하며, 바다에서 수거한 유리 조각과 폐자원을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디자인 교육, 환경 캠페인, 공예 워크숍 등을 진행 중이다.

www.orbisshop.kr
@orbis_jewel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