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을 다녀간 만화가 허영만은 “홀에 연탄난로, 벽에 1910년대 감포항 사진, 꾸밈없는 실내가 익히 이 집 음식 맛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여지없이 어머니의 밥상입니다”라고 후기를 남겼다. 군더더기 없는 말이다. 꾸밈없는 실내와 꾸밈없는 맛, 그래서 더 깊이 다가오는 감포 이천식당에 들렀다.
경주 감포에 가 보면 제일 눈에 띄는 단어 중 하나가 ‘가자미’가 아닐까. 식당마다 ‘가자미’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주민들의 집 앞에는 건조 중인 가자미가 곱게 널려있으며, 수협활어직판장에는 갓 잡아 온 가자미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그야말로 가자미 천국이다.
이쯤 되면 눈치를 채야 한다. 그렇다. 가자미는 감포의 대표 어종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주로 참가자미와 기름가자미가 잡히며, 5월 가자미 산란기를 빼고는 일 년 내내 조업할 수 있다. 참가자미, 흰가자미, 기름가자미…. 가자미란 가자미는 다 잡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이 잡히는 건 기름가자미다. 한때 어시장을 주름잡았을 정도라고. 요즘은 참가자미회가 경주의 별미로 손꼽힌다. 그만큼 경주의 가자미는 인근 포항이나 울산 가자미와는 다르게 육질이 단단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많이 잡히고, 맛도 남달라 시어(市魚)로 가자미가 지정될 정도면, 경주는 가자미에 진심인 동네임이 틀림없다.
이천식당의 메뉴는 단출하다. 참가자미회, 동태찌개, 청어회, 멸치회가 전부다. 그중 인기는 단연 참가자미회와 동태찌개다. 참가자미회는 주문하면 세꼬시(살아 있는 생선을 뼈째 잘게 썰어 놓은 회)로 나오는데, 취향껏 초장을 뿌려 미역, 채 썬 무, 상추와 버무려 먹으면 별미다.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비린 맛 하나 없이 계속해서 손이 가는 걸 보니 별미는 별미다.
정겨운 뚝배기에 나오는 동태찌개는 참가자미회로 차가워진 속을 뜨뜻하게 데워준다. 국물의 색깔만 보면 매콤할 것 같지만, 전혀 매콤하지 않은 게 신의 한 수! 사장님은 동태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쌀뜨물로 해동하고, 무를 먼저 넣고 끓여 간을 맞춘다고 한다. 밥 한 숟갈 입에 넣고, 통통한 동태살을 발라 국물과 함께 떠서 먹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나와 유명해졌는데, 허영만은 방송에서 동태찌개를 먹은 뒤 “백반다운 백반”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재료 소진 시 일찍 문을 닫을 수 있으니, 경주의 별미 참가자미회와 뜨끈한 동태찌개를 맛보고 싶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로7길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