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카모디 김미나 대표 경주에서 마카모디와 함께
재밌게 놀 사람 모두 모여라~

지역 소멸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요즘, 경주 감포에 지역 살리기에 진심인 곳이 있다. 바로 로컬 콘텐츠 제작소 마카모디다. 마카모디는 ‘청년들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그 해답을 지역의 가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경주라는 지역이 가진 환경적, 인문학적,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재미나게 살기를 몸소 실천 중인 마카모디의 김미나 대표를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마카~ 모디! ‘모두~ 모여라’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Q. ‘마카모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4년, 제가 운영하던 작은 인도 식당 ‘하와다바’가 마카모디의 시작이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님, 경주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였어요. 그들과 함께 “경주는 너무 조용한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요?”라는 고민을 나누다가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카모디 플리마켓을 시작으로, 사무실을 열고, 모임이 더 활성화되고, 생산자들의 재능을 살린 취미 클래스가 기획되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나누고 싶은 질문을 담은 ‘스톤웨이브 질문카드’가 탄생했습니다. 스톤웨이브 질문카드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사업에 선정되며 더 많은 분에게 알려졌어요. 또한, 돌을 콘셉트로 한 디자인 덕분에 경주의 바닷가 마을 감포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Q. 왜 경주를 활동지로 정하게 되었나요?

저는 초·중·고등학교를 경주에서 나왔지만, 어린 시절의 경주는 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살고 싶지 않은 도시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은 경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했습니다. 20대 때는 인도의 NGO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어요. 그곳에서의 주요 업무는 티베트라는 나라가 세상에서 잊히지 않도록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소멸하는 지역, 공간, 사람들을 기록하고 그곳이 가진 자원과 매력을 찾아 소개하는, 현재 마카모디가 하는 일과 비슷하죠.
처음 경주를 떠날 때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래도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Q. 마카모디가 생각하는 ‘로컬 콘텐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그들이 만들어온 문화, 그리고 그 공간이 지닌 시간의 층위까지 포함하는 게 아닐까요? 어떤 장소가 특별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거나, 관광지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연결과 흐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로컬 콘텐츠란, 그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사람들 간의 관계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지역이 가진 유니크한 자원과
그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만났을 때,
진정한 가치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Q. 마카모디의 대표적인 ‘로컬 콘텐츠’가 궁금해요.

마카모디의 대표적인 로컬 콘텐츠는 기억을 담은 목욕탕 ‘1925감포’입니다. 1925감포는 감포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이었던 ‘신천탕’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앵커 스토어로 재탄생시킨 공간입니다. 지금은 감포를 찾는 분들이 가장 먼저 들러 주시는 공간이 되었죠.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곳을 기억해 온 주민들의 감성을 살리고, 그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Q. 마카모디의 활동을 통해 감포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지역 주민들이 청년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의 관계 인구이자, 생활 인구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었고, 청년들이 만든 공간이나 콘텐츠가 새로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게 되었거든요.
처음엔 지역 주민들이 청년들을 경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긍정적인 변화를 눈으로 보고 느껴서인지 이제는 먼저 인사해 주시고, 밥도 챙겨주세요.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도 많이 해주시고요. 이런 변화는 지역 커뮤니티의 따뜻한 환영과 협력적인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1925감포를 시작으로 매년 2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아오고, 4~5번의 매체 보도가 진행되며, 감포가 지역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른 지역에서 강연하거나 활동할 때도 감포 이야기를 자주 하며, 경주의 바다와 감포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감포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마카모디의 활동 모습

Q. 지역 청년들과 함께 협업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협업 시 기준이 있나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지역에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걸 추구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고민하며 만들어가고자 하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유연하고, 재미있게 지역에서 살아갈 친구들을 항상 기다리고 있어요. 이런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청년들과 협업하고, 함께 지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마카모디와 함께 성장한 청년들의 사례가 궁금해요.

청년기획자 용규는 인천에서 살다가 경주로 이주한 친구입니다. 마카모디 초기에 함께 시작했어요. 저희는 그에게 마카모디에서 일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는 3년 동안 실험하고 도전하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해드리오’라는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며 멋진 청년 사업가가 되었어요. 사실, 지금은 저희가 그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마카모디의 디자이너 나무는 경주에서 자란 친구입니다. 공대에 다니면서도 항상 그림을 좋아했어요. 결국, ‘경주를 꾸미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보내며 마카모디에 디자이너로 합류했죠. 지금은 마카모디의 모든 디자인을 담당하는 5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고, 특히 감포의 아름다움을 그린 작품이 많아 ‘감포를 가장 많이 그린 디자이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답니다.

Q. 마카모디의 콘텐츠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요?

각자가 가진 매력을 잘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지역일 수도 있죠. 유일함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돈으로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지역이 가진 유니크한 자원과 그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만났을 때, 진정한 가치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치를 많은 사람이 알아가고,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마카모디는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이다. 경주 감포에서 활동 중이며, 커뮤니티 디자인, 교육 컨설팅, 행사기획, 콘텐츠 제작, 브랜딩 디자인 등 다양한 일을 한다. 지역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디자인이 필요한 일에 몰두하는 중이다.

www.macamodi.com
@macamodi_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