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신진도의 겨울
바람 끝이 찬 계절이 왔음에도 어민들의 삶은 ‘잠시 멈춤’이 아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바다로 나가 수확물을 거둬들이고, 고된 뱃일을 견디며 누군가는 쉬어간다는 계절을 살아간다. 이들의 꾸준함과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이 바다가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닐는지.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신진도로 가서 그들의 삶과 마주했다.
바람 끝이 찬 계절이 왔음에도 어민들의 삶은 ‘잠시 멈춤’이 아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바다로 나가 수확물을 거둬들이고, 고된 뱃일을 견디며 누군가는 쉬어간다는 계절을 살아간다. 이들의 꾸준함과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이 바다가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닐는지.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신진도로 가서 그들의 삶과 마주했다.
태안 끝에 있는 신진도는 인구가 채 천 명도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신진도(新津島)’라는 이름에는 ‘새 나루’라는 뜻이 담겨있다. 오래전, 육지 사람과 섬사람이 오고 가기 위해 나루를
하나 만들었는데 이 나루를 ‘새 나루’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진(新津)은 ‘새 나루’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지금은 오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던 나루보다 편의성이 더 높아졌다.
1995년에 개통된 신진대교 덕분이다.
안흥에서 신진도를 잇는 신진대교가 생겨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말이면 낚시와 캠핑하러 온 외지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먹을거리가 풍부해 제철 맞은 해산물을 맛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늘었다. 이 모든 게 신진대교가 생긴 이후에 찾아온 변화다.
신진대교가 생기기 전까지 태안반도의 최대 항구라 불렸던 안흥외항이 제일 번화했다면, 생긴 후부터는 신진항을 태안반도의 최대 항구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안흥을 지나야
비로소 신진도가 나오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안흥과 신진도를 함께 관광하곤 한다고.
태조 이성계가 명나라에 좋은 평을 얻기 위해 쌓았다는 안흥성과 다양한 해양유물을 전시해 둔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대표적인 안흥-신진도 관광코스다.
신진대교를 지나오면 신진도의 모습이 보인다. 크고 작은 배들이 신진항에 정박해 있고, 그 위에서 뱃일하는 어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안흥항이 역사가 깊지만,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아 큰
배가 드나들기 어려워 고깃배들이 점차 신진항으로 몰리고 있단다.
하루에도 꽃게, 갈치, 오징어 등 다양한 어종을 실은 어선들이 몇 차례씩 드나들고, 인근에 자리한 수협공판장에서는 어민들이 잡아 온 활어 경매가 이루어진다. 시간대를 잘 맞춰 찾으면 경매가
이뤄지는 신선한 광경을 엿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옆의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갓 잡아 온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겨울 무렵에 찾으면 가게마다 널려있는 조개류와 꽃게, 대하 등 태안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제철
어종들이 보인다. 이 수산물 이외에도 요즘 신진도에서 유명한 것은 바로 오징어다. 울릉도나 강원도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진 오징어가 신진도 일대에서 많이 잡히면서부터 이 지역의 명물로
떠올랐다고. 올해 8월에 제1회 신진도 오징어&수산물 축제를 열 정도였다고 하니 신진도를 찾았다면 맛보는 것도 좋겠다. 찾았던 때는 갑판 위나 가게 앞에서 오징어를 건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풍으로 건조해 맛이 좋은 건조 오징어 역시 인기 품목이라고 한다. 직거래와 축제, 관광객 덕분에 신진도 어민들은 “경기가 살아나는 느낌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넙치, 우럭, 광어, 노래미 등 다양한 어종이 잡혀서인지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특히 신진대교 아래나 방파제는 신진도에서 가장 유명한 낚시 포인트다. 차에 한가득 낚시 장비를 실고 와
하루 이틀 묵으며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배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선착장에서 안내받고 난 후 바다로 향하는 작은 배 위에서 낚시가 가능한데, 푸른 바다 위에서
느끼는 낚시의 손맛을 못 잊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낚시꾼들도 많다.
신진도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방파제에 올라 빨간 등대까지 걸어보자.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마도의 멋진 해안 절벽, 망망대해에
자리한 크고 작은 섬, 신진도 어촌의 풍경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이 휴식처로 이곳을 택한 이유가 느껴진다.
너무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준 섬, 신진도. 추위마저 잊고 생동감 넘치게 하루를 살아가는 어민들의 모습에서 다가오는 새해,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작은 어촌마을인데,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다양한 생태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이곳의 갯벌은 모래와 뻘이 합쳐져 단단해 사람이 깊게 빠지지 않는다. 조개, 꼬마 게, 고둥을 채취하며 어촌마을을 제대로 체험하기 좋다. 또한 바다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에서 일출, 일몰을 감상하며 산책하기도 좋다.
신진항 팻말이 보이는 곳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유채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봄철에는 안흥나래교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여기서 사진을 찍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다가오는 봄, 신진도를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