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이 들어갈수록, 매력이 깊어지는 가을날의 돌산도
망설이다가는 놓치고 말 것이다. 찰나의 순간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마는 가을의 조각들을. 더 늦기 전에 이 계절의 절정을 마음껏 담아보자. 가을빛을 머금은 잔잔한 돌산도의 풍경들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망설이다가는 놓치고 말 것이다. 찰나의 순간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마는 가을의 조각들을. 더 늦기 전에 이 계절의 절정을 마음껏 담아보자. 가을빛을 머금은 잔잔한 돌산도의 풍경들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여수는 워낙 항구의 경관이 아름다워 ‘미항 여수’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특히 밤에 보는 여수 밤바다의 풍경은 가을의 낭만을 더욱 배가 시킨다. 오죽하면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나왔을까. 화려한 불빛이 일렁이는 여수 밤바다도 좋지만, 올가을 조금은 조용하고, 서정적인 풍경의
바다를 찾고 싶다면, 돌산도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돌산도는 우리나라에서는 10번째로 큰 섬이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작은 섬마을의 모습을 간직해 소박한 매력이 있다. 1984년 12월에 준공된 돌산대교를 통해 차로 갈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여수 야경의 성지로 손꼽히는 돌산대교가 끝나는 지점부터가 돌산도다. 초입에는 바다가 한눈에
담기는 오션뷰 카페가 여럿 줄지어 있어 섬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안쪽으로 가다 보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 조용한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이 스치는 순간 비로소 ‘여기가 섬이구나’라는 게 실감 난다.
넓기에 다 돌아보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하지만 해안도로를 타고 차로 여행하면 가능하다. 방죽포 해수욕장, 향일암, 은적암 등의 명소부터 뱃일을 준비하는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담긴 항구까지 넉넉히 2시간을 잡으면 둘러볼 수 있다.
더위가 사그라든 가을은 차를 타고 돌산도를 한 바퀴 돌아보기에 제격이다.
해안도로 여행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평사리는 ‘안굴전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진 어촌 마을이다. 마을 앞 대미산에 긴 굴이 있는데 그 앞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굴전마을이 생기고, 굴전마을 바닷가 안쪽에 있다고 하여 안굴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굴이 유명한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마을 앞 바다에 상징처럼 솟은 굴 양식장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이 굴 양식장이 주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사진가들에게는 일출, 일몰 스폿으로 소문이 났다.
안굴전마을을 지나면 무슬목 해변이 나온다. 무슬목 해변은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해송 숲과 몽돌밭 너머로 나란히 자리 잡은 혈도와 죽도가 이곳만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한적함을 즐기며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고,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도 좋을 만큼 분위기가 좋다.
무슬목 해변이 산책하기 좋다면, 돌산도 동쪽 해안에 항아리처럼 오목하게 자리 잡은 방죽포 해변은 파도가 세지 않고 수심이 낮아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조선시대에 간척지를 만들기 위해 둑으로 둘러막고 방풍림을 조성했는데, 모래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해수욕장이 되었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해변의 풍경을 더욱 정겹게 만들어 준다. 물론 낚시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방죽포 해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방파제가 나오는데 여기는 장어, 돔, 노래미 등을 잡을 수 있는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각각의 매력이 다른 두 해변을 지나 더욱 깊숙한 곳까지 달려본다. 그러다가 빨간색 돌산항등대가 눈에 띄어 잠시 멈췄다. 작은 듯 보이지만 돌산항은 갓 잡은 활어를 도매하는 활어 위판장으로 이름났다. 이른 새벽에 찾으면 싱싱한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치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해 질 무렵에는 더없이
조용하지만, 그래서인지 항구 주변의 풍경에 더욱 눈길이 간다.
돌산항에 머물렀다가 나오는 사이 안굴전마을에 짙게 깔린 낙조에 다시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바라봤다. 가히 여수 밤바다의 화려함에 뒤지지 않을 풍경이다. 어쩌면 가을이 깊어질수록 여기서 마주한 노을빛 바다가 그리워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