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료. 해양환경실 최유광 주임검사원
지난 7월 3일부터 7월 7일까지 국제해사기구 런던 본부에서 5일간 개최된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2050년경까지 넷제로(Net-Zero)를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전략이 채택되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첨예한 대립으로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도전적인 목표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반대로 명확하지 않은 표현 때문에 국제해운 탈탄소 전환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새롭게 발표한 IMO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 의미와 공단의 노력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국제해운의 안전, 해양환경보호, 해상교통 촉진 등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국제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형태의 문제를 다루는 유엔 산하 전문 기구이다.
이 중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는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 및 규제를 다루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최근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이다. 2018년 IMO가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마련한
초기전략(Initial IMO GHG strategy) 이후, 초기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규제 개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2021년 7월 현존선
에너지효율 규제인 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와 선박운항탄소집약도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를 채택하였고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초기전략에는 2023년까지 전략의 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위원회는 2022년부터 초기전략 개정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특히 목표 상향 및 정량적
목표는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2050년까지 가능한 한 빨리 국제해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중국, 브라질 등의 개도국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는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높은 목표로 인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O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완화 노력에 동참하고자 넷제로 목표를 담은 ‘2023 IMO 온실가스 감축전략(이하 2023 전략)’ 채택을
결정하였다.
2023 전략에서 IMO의 최종 목표는 2050년경까지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금까지 선박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킴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했던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메탄올, 암모니아와 같은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IMO는 가능한 한 빨리 국제해운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지속 헌신한다.
➊ 신조선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선박의 탄소집약도 저감
➋ 2030년까지 국제해운 탄소집약도 40% 감축
➌ 2030년까지 국제해운 에너지 비중의 5~10%를 무배출(또는 무배출에 가까운) 연료·기술 도입
➍ 2050년경 국제해운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 달성
➊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연간 국제해운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20% (30% 노력) 감축
➋ 2040년까지 2008년 대비 연간 국제해운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70% (80% 노력) 감축
목표기반 연료 표준제(기술적 요소)와 온실가스 가격제(경제적 요소)를 함께 고려한 중기조치 개발
➊ (2025년 봄) 중기조치 승인
➋ (2025년 가을) 중기조치 채택
➌ (2027년) 중기조치 발효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2023 전략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 기술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함께 고려한 중기조치를 2025년 가을까지 채택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어떤 조치를 도입할지 계속 논의
중이긴 하나 기술적 요소는 국제해운의 저유황유 규제처럼 기준치 미달 선박에 조치하는 방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경제적 요소는 기술적 요소를 미달성한 선박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모든 선박에 탄소세와 같은 톤당 기여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IMO 차원의 기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정도는
예상해볼 수 있다.
경제적 요소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개도국 지원, 친환경 기술 R&D, 친환경 연료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해운사는 친환경선박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를 획득함으로써 비싼 친환경 연료 구매 비용을 일부 상쇄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해사기구 본부 전경
이러한 준비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국제적 동향을 모든 산업계에 알릴 소통창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공단은 매년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 동향을 알리기 위해
관련 산업계를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2023년 7월 부산에서 개최하였으며, 5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설명회에서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결과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관련 미국과 유럽의 지역규제 현황 및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지원정책 소개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해관계자들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공단은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친환경선박 인증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친환경선박 인증제도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거나, 대기오염물질 등의 배출 저감 기술을 적용한 선박의 환경친화도를 평가하여 인증등급을 부여하는 국가인증제도이다. 정부는 친환경 내·외항선 건조에 대한 다양한 보조금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조금 신청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한다. 공단은 인증업무를 시작한 2021년부터 지금까지 약 40건의 인증을 진행하였으며,
인증을 받은 선박들 가운데 많은 선박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건조 중이다. 앞으로도 공단은 관련 설명회를 통해 인증제도를 홍보하고, 친환경선박 인증제를 고도화하여
대한민국의 친환경 해운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공단은 이러한 정책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아무리 정책적으로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을 장려하더라도 기술의 성숙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친환경선박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공단은 친환경 신기술·기자재를 개발하였으나, 선주사가 요구하는 해상 실증 이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을 대상으로 퇴역 예정 관공선을 활용하여 해상 실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바이오연료 블랜딩 시스템 등 총 6개의 기술에 대한 해상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개발사업」 연구를 통해 ‘한국형 친환경선박(그린쉽-K) 해상 실증 플랫폼’을 개발하여 더 많은 기업에 해상 실증을 지원하고 실증 결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관련 정보를 대국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자동차의 경우 2009년 EU에서 신규 등록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까지 130g/㎞로 낮추도록 요구하는 규제의 도입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2035년부터 신규
등록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은
2033년부터 유럽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1년 IMO도 2013년 1월 1일 이후 새롭게 건조되는 선박에 대하여 선종별 기준선 대비 감축률을 적용하여 설계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조치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의 도입을 시작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으며, 결과적으로 자동차 규제처럼 선박도 점차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새로운 규제는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기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테슬라는 전기차만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기업인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이는 전기차 생산에 대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적절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해운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테슬라처럼 변화의 기회를 통해 새롭게
성장하는 국가 또는 기업에게 그 자리를 내어줘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 뿐만 아니라 관련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하여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연료 블랜딩 시스템 해상 실증
2023 해양환경 정책설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