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영화 사진. 고인순
수많은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는 바다. 우리의 삶은 그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박의 안전에 관한 기술 개발과 선박의 제조에서부터 운항과정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발굴하여 연구 개발을 해야 한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사고예방기술, 친환경선박기술, 해양환경정책사업 등 안전한 선박 운항에 필요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해양교통의 더 나은 미래를 이끄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두 연구원을 만났다.
‘공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공감이 되고 소통이 되어야지 업무적으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선안전설비를 개발한다면 그 전에 그 설비를 이용할 사람들과 관계기관 직원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 분야에 최고 전문가다’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을 접하게 되는데 그럴 때 ‘어렵지 않을까?’가 아닌 ‘내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야’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일도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일하게 된 곳이 선박 엔진 제조업체였습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선박검사원과 함께 일했는데, 대화를 하면서 선박기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생겨서 2020년 6월에 입사했습니다.
저도 경력직으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입사했습니다. 해운선사에서 일하다가 2015년 3월에 입사했는데, 선박 관련 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양교통에 관한 기술이나 정책, 연구에 대해 알아가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는 교통정책실, 해양안전실, 해양환경실, 안전연구실 이렇게 네 개의 부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TF팀인 선박탄소중립기술추진단이 있죠.
‘교통정책실’은 해양교통안전관련 법의 제·개정 지원, 교통체계 개선에 관한 업무, 국제기구 관련 회의 대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양안전실’은 선박을 무상으로
점검한다거나 선박안전에 대한 체험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해양사고를 예방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양안전실 디지털융합팀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해양교통안전을 위한 데이터 통합 플랫폼 기반을 구축해서 해양교통안전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해양환경실’은 연안해운 온실가스 미세먼지 관리 등
해양환경정책사업 수행을 통해 친환경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연구실’은 연승어선 표준선 연구개발, 기술기준
연구 및 개발, 조종성능 해석 및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박탄소중립기술추진단 소속 연구원인데요. 국가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TF팀입니다.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CO2, CH4 등) 감축 및 대기오염물질(NOx, PM, SOx 등) 저감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학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선박 신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지만, 공단의 역할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개발된 친환경선박 신기술의 조기 보급·상용화를 위해 ‘선박 및 기자재에 대한 검사방법·형식승인 기준 마련’ 등의 제도화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해양교통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플랫폼에 연계된 데이터를 가공·분석하여 해양교통안전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전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80% 이상이 어선에서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선 전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센서 기반의 전복사고 경보장치를 시범개발하여 실증연구를 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라 해운분야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도 ‘선박용 바이오연료’와 관련된 연구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연료의 생산단계부터 소비단계까지 전 과정 평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입증된 선박용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는 수많은 연구를 바탕으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단에 입사하여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설비 개발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입자상물질 배출저감설비 잠정기술 기준(이하 기준) 개발’에 참여하여 친환경선박 보급에 기여하였습니다. 2021년 8월, 해양수산부가 배포한 기준에 따라 입자상물질 배출저감설비의 성능확인을 국내 최초로 완료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에서 해양수산분야 우수 R&D로 선정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선박용 PM-NOx 배출저감설비 해상 실증 시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국제해사기구(IMO) 회의대응 전문기관으로서 국제해사기구 여러 회의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해사기구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입사 후 바로 국제회의 대응 업무를 시작하여 7년 이상 담당했었는데요. 국제해사기구 해상교통간소화위원회(FAL), 협약이행 전문위원회의 우리나라 대표단 간사 역할,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회의대응, 국제표준화 관련 연구과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해양수산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5년 국제해사기구 회의에 대한민국
대표단으로 참석
최근 소형어선의 전복사고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선내 위험경보를 어떻게 줄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는데, 바다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의견이 반영되어 정책이나 기술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연구 과제가 끝나면 평가를 받거든요. 거기서 ‘우수’ 등급을 받았을 때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연구 업무는 당장의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고, 짧게는 1~3년, 길게는 5~10년이 소요되어 결과가 나타납니다. 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