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어쩜 이리도 반짝일까. 낮에도, 밤에도. 이곳이 가장 빛나는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운인지. 이 행운을 만끽할 수 있다면 머나먼 뱃길을 지나는 수고로움은 나중 일이다. 빛으로 가득했던 울릉도에 대한 소회다.
울릉도 죽도. 죽도 위에 뜬 별이 일품이다.
누구에게나 섬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일상을 이어가는 생활 터전과 멀리 떨어져 자연 속에서 오롯이 쉴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싱싱한 해산물을 원 없이 맛볼 수
있어서일까. 사람들은 육지와는 다른 미지의 섬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울릉도가 그런 곳이 아닐까. 다수의 매체에서 흔히 말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유명해서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 실제로 2022년 섬 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 가보고 싶은 섬 2위에 울릉도가 오르기도 한 걸 보면, 꽤 많은
사람이 울릉도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울릉도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가면, ‘가보고 싶은 섬 2위’에 올랐다는 것이 실감 난다. 육지와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울릉도에 가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여름에는 날씨가 덥지 않아서 울릉도를 찾는 인파가 는다고 한다.
울릉도는 묵호, 강릉, 후포, 포항 지역에서 출발하는 방법이 있다. 도착하는 선착장과 이용할 수 있는 배가 다르니 울릉도 계획을 세웠다면, 꼼꼼하게 알아보고 가는 게 좋다.
요즘은 여행사나 KTX와 연계한 상품들도 많이 있으니, 자신이 없다면 이쪽으로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망망대해를 달려 도착한 울릉도. 배에서의 오랜 시간을 이겨내고 도착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특히 울릉도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인데, 날씨까지 화창하다니. 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이 또 있을까.
차 렌트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차를 이용해서 다니다 보니 “울릉도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요. 사동항 옆의 순환도로가 가장 이동하기 좋은 도로입니다”라던
렌트 기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울릉도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여행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그나마 몇 해 전, 순환도로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좁고 가파른 곳이 많아 운전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그렇게 조심조심 40여 분을 달려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를 원 없이 보며 나리분지로 갔다. ‘바다’만 가득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라고 해서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거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가, 퇴적물이 운반되고 쌓이며 호수가 되고 물이 빠지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데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언뜻 보면 작은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이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그 진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취향에 따라서 트레킹, 캠핑, 전망대 구경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데 보통은 트레킹을 많이 한다고. 조금은 쉽게 나리분지를 누리고 싶다면, 나리분지 숲길로 가볼 것. 경사
없이 걷기 좋은 길이고, 초록빛 나무로 가득한 숲길을 지나며 볼 수 있는 꽃과 식물들에 일순간 매료되고 마니까. 길을 잘 모르겠다면 초입에서 숲해설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친절한 길 안내는 물론이거니와 사진 찍기 좋은 나리분지만의 명소도 알려준다. 숲해설가의 추천으로 묘한 매력이 있는 알봉분지까지 걸었다. 알봉분지는 이른 아침에 오면 안개가
자욱이 낀 모습이 일품이고, 한밤중에 오면 은하수를 볼 수 있다고. 그 모습이 정말 예쁘다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쯤은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
좋은 계절의 낮도 평화롭고 아름다운데, 신비로운 안개와 반짝이는 별까지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나리분지에서의 시간이 초록빛이었다면, 이제는 푸른빛으로 시간을 채울 차례. 울릉도는 특히 해안산책로가 많고 잘 되어있어 바다를 지척에 두고 즐기는 게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행남해안산책로. 도동항 방파제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화산작용에 의해 생겨난 섬답게 현무암이나 안산암 등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부딪히는 파도와 푸른 바다는 여행의 고단함을 잊을 만큼 시원하고, 강렬하다.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바다 위의 다리, 파도와 바람에 깎여 위엄을 자랑하는 동굴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사실 어느 곳에 멈춰서도 배경이 기가 막히기 때문에 사진 포인트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행남등대에 올라 울릉도의 절경을 보고 싶었으나, 공사로 인해 중간에서 돌아와야 했지만 짧은 구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산책길이었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면, 행남해안산책로에서 20여 분가량 소요되는 남서일몰전망대에서 하루를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 붉게 물들어 가는 일몰이 장관이다.
나리분지의 명소다. 작은 슈퍼라고 무시하지 말 것. 아담하고 정겨운 외관에 발길이 절로 멈춰진다. 게다가 귀촌한 백패커 사장님에게 이곳의 깨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장소나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랄까.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길 583
정확히 말하면 관음도와 삼선암 사이 도로 바깥으로 있는 곳. 해변이나 사다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스노클링 스폿이다.
삼선암과 관음도를 통하는 연도교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리
울릉도에서 가장 큰 저동항. 저동 어촌계는 저동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는 울릉도에서 가장 많은 어촌계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계원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100여
명뿐이다.
대부분의 어촌계원이 독도 근해에서 오징어잡이를 하기 때문에 협동 양식과 마을 어업으로 조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징어마저 잘 잡히지 않아, 어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중국 배들이 싹쓸이하고, 육지 배들이 그물을 가지고 잡기 때문에 저동 어촌계원들은 왕복 10시간 남짓 걸리는 독도까지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저동 어촌계원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관광객들을 보면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대하며, ‘저동 인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다른
곳에 갔다가 저동으로 넘어오면 집집마다 친절하고, 음식도 맛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저동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심으로 관광객들을 대하는 어촌계원들. 부디 그들의 진심이 통해서 저동 어촌계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저는 울릉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울릉도 토박이입니다. 저동어촌계 계장을 맡고 있어요. 전에는 저도 오징어배를 가지고 조업을 나가곤 했었는데요.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서 배를 팔고 현재는 공업사를 운영 중입니다. 어촌계장으로서, 울릉도의 특산품인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연환경이죠. 물 좋고, 산 좋고, 공기 좋고…. 이것 때문에 먼 길을 달려 다들 울릉도에 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거기에 인심도 좋습니다. 특히 저동은 울릉도에서도 가장 큰 동네예요. 다른 곳보다 여유롭게 관광하실 수 있고, 맛있는 식당도 많답니다.
일단 울릉도를 찾아주셔서 울릉도민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간을 투자해서 오신 만큼, 울릉도를 잘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울릉도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데요. 자차를 가지고 입항하다 보니 안 좋은 도로 사정이 더 안 좋아졌어요. 사고 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안전 운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7살에 울릉도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요.
횟집 운영 중입니다. 어머니 때부터 한자리에서 3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전통 있는 횟집입니다. 울릉도에서 대를 이어서 횟집을 운영하는 만큼,
관광객들에게 맛과 질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계장님 말씀처럼 자연환경이 좋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죠. 맛있는 해산물이 많다는 것도 자랑인데요. 예전에는 오징어 같은 각종 해산물이 차고 넘치게 많이 잡혔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의 영향이 커요.
오래 머물고, 좋은 것 많이 보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울릉도 물가가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류비를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더욱이 어민들은 조업이 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대신 좋은 인심과 맛은 보장해 드릴 테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