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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갈지도

늦게 찾아온 봄,
그래서 더 좋은
자월도

한국섬진흥원 선정 4월의 가고 싶은섬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봄이 끝나버린 줄만 알았다. 화려하게 피고 빠르게 져버린 벚꽃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유난히 따뜻했던 햇살, 맑은 하늘, 흩날리는 꽃잎, 기분 좋은 향기···. 아직도 이렇게 봄의 잔상들로 가득한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 끝자락이라도 잡아보고자, 가장 늦게 봄이 온다는 인천의 자월도를 찾았다.

도시와 가까운 섬, 자월도

인천에는 섬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자월도는 그 많은 인천의 섬 중 하나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되는 부담 없는 거리라 여행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면 유독 자월도를 찾는 섬 여행객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자월도가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섬’이기도 해서다. 그뿐인가. 한국섬진흥원이 선정한 4월, ‘이달의 가고 싶은 섬’이라 호기심이 절로 생긴다.

자월도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이나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이동 편의를 고려해서 출발지를 선택하면 된다.

바람도, 온도도 모든 게 좋았던 날씨를 만끽하며 첫 배를 타기 위해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로 향했다. 하지만, 바다의 날씨는 육지와 달랐나 보다. 안개가 낀 탓에 대기를 해야 했고, 계획했던 차를 선적할 수도 없었다. 차를 선적할 수 있는 배가 정해져 있어 선착순으로 대기해야 하는데 이미 차를 선적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었기 때문이다.

정신없는 상황이 정리되고 ‘무사히 배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통했던 걸까. 다행히 안개로 인한 탑승 대기가 해제되어 자월도행 배는 무사히 출항을 알렸다.

혹시 자월도나 다른 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변수를 미리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를 바란다. 바다는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니까.

걸으며 누리는 자월도의 봄

첫 배를 탄 덕분에 사람이 붐비지 않는 배 안에서 바다를 마음껏 보는 사이, 자월도 도착을 알리는 선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지루할 줄만 알았던 배에서의 시간이 찰나라고 느껴진 건, 섬 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으리라.

마치 큰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원형의 조형물에 쓰인 ‘자월도’라는 문구를 보니, 도착한 게 실감이 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월도라는 이름은 ‘보름달이 유난히 밝은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고. 아마도 선착장의 조형물 역시 보름달을 형상화한 게 아닐까 싶다.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겠다는 계획이 실패했던 터라 선착장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안개가 자욱이 끼고, 바람이 살짝 추웠지만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실제로 자월도는 바람이 매섭지도 않고, 해안도로가 잘 나 있어서인지 자월도선착장-하늬께해변-국사봉-장골해변으로 구성된 트레킹 코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해마다 봄이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나 캠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십여 분을 걸어 장골해변에 다다르니 삼삼오오 모여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조용한 캠핑이 취향인 사람들이라면, 자월도 장골해변을 추천한다. 조용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가기에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면 유독 자월도를 찾는
섬 여행객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자월도가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섬’이기도 해서다.

자월도와 함께한 하루

캠핑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유로움이 좋아서 백사장에 있는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국사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국사봉은 자월도 중앙에 있는 산이다. 높이 166m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어 마을 주민들도, 여행객들도 자주 들르는 곳 중의 하나다.

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찾는 이유도 있지만, 봄에 국사봉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이것’ 때문이다. 바로 4km에 달하는 벚꽃길. 자월도는 우리나라에서 벚꽃 개화시기가 가장 늦은 지역이어서 4월 중순에 찾아도 벚꽃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국사봉 초입까지 가는 길목에 피어난 벚꽃은 여행객들의 발을 절로 멈추게 한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마을과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계속 있을 수 없는 탓에 환상적인 벚꽃길을 눈에 담은 걸로 만족하고 국사봉을 올랐다. 비단 국사봉뿐만 아니더라도 자월도 곳곳에서 복수초, 이름 모를 들꽃 등의 봄꽃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그중 하나가 구름다리로 이어진 목섬이다. 계절별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꽃동산과 탁 트인 바다 전경이 그림 같은 자월도의 명소다. 국사봉 산길을 따라가는 방법도 있고, 국사봉에서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방법도 있다. 여행 스타일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걷는 여행이 되어버렸지만, 오히려 좋았던 자월도.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하루가 흘러갈지라도 전혀 문제없다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는 가르침을 준 곳이다.

비단 국사봉뿐만 아니더라도
자월도 곳곳에서 복수초, 이름 모를 들꽃 등의
봄꽃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그중 하나가 구름다리로 이어진 목섬이다.
계절별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꽃동산과 탁 트인
바다 전경이 그림 같은 자월도의 명소다.

자월도에서 꼭 해봐요
자전거 타기

장골해변에 있는 슈퍼에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하다. 한 시간에 5,000원. 해안도로를 달려 자월3리까지 가면 국사봉 벚꽃길 못지않은 벚꽃터널을 만날 수 있다.

한적한 캠핑

정식 캠핑장은 아직 없다. 하지만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인지 기본 장비를 챙겨서 캠핑을 즐기다가는 사람들이 많다. 단, 머물고 간 자리까지 깨끗하게 치우고 가는 매너를 갖출 것.

소박하지만, 강단 있게 자월리 어촌계

자월리는 총 3리로 이루어져 있다. 옹진군 내에서는 조그마한 섬에 속하지만, 그 안에서 삶을 일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작지만 그들만의 소신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월리 어촌계를 들여다본다.

자월리 어촌계의 미래를 책임지다

자월리 어촌계는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곳이다. 총 인원은 약 100여 명. 옹진군 내에서는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2년 전 자월리 어촌계 최초의 여성 어촌계장, 김은영 계장이 선출되면서 ‘작지만 강한 어촌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어촌계장이 된 후 다른 지역의 어촌계 견학을 많이 다녀본 결과, 그간 자월리 어촌계가 많이 부족하고 열악하게 운영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계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바지락 캐기 체험학습장을 떠올렸다고.

“자월리는 마이너스 사리 때 여러 해산물을 많이 채취할 수 있어요. 굴, 바지락, 전복 등 다양하죠. 이렇게 황금어장에서 채취한 해산물들을 상회로 넘겨 개인 판매를 하거나 소득 사업을 합니다. 특히 바지락이 많이 나서 여행객들이 오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을 만들려고 해요.” 현재는 계원들의 동의를 얻고, 지자체에 수락을 받은 상태. 바지락 체험장이 생기면 어촌계도 활성화되고, 자월도를 찾은 여행객들도 색다른 재미를 얻고 갈 수 있어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계장을 믿고 지지하는 계원들, 계원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계장. 이 환상의 조합이라면, 자월리 어촌계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게 빛날 것이다.

어촌계 사람들
자월리 어촌계 김은영 계장

Q. 자기소개해 주세요.

자월리 어촌계를 이끌고 있는 김은영입니다. 자월도는 남편의 고향이에요. 남편을 따라 자월도에 온지 어느덧 8년이 되었네요. 부족한 저에게 어촌계장이라는 임무를 주셨는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촌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않고 달려갈게요.

Q. 자월도를 자랑해 주세요.

조용해서 살기가 좋습니다. 국사봉, 목섬, 장골해변 등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볼수록 매력 있는 곳들이 많아요. 그리고 싱싱한 제철 해산물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월도의 특색을 살려 어촌계를 이끌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자월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자월도를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월도에서만 보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누리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자월도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불법 채취하는 것은 멈춰주세요. 저희 어민들의 소중한 자산이거든요. 체험할 수 있도록 조만간 체험장을 마련할 계획이니, 부디 무분별한 채취를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자월리 어촌계 김연애 계원

Q. 자기소개해 주세요.

자월도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토박이죠.
옛날에 비하면 지금 자월도는 참 살기가 좋아졌어요. 어촌계의 한 사람으로서, 자월도가 더욱 살기 좋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Q. 자월도를 자랑해 주세요.

자월도에서 나고 자란 물건들만 팔아요. 그래서 믿고 먹을 수 있죠. 굴, 바지락, 둥굴레는 자월도에서 유명합니다. 하지만 어촌계장님 말처럼 이 소중한 자월도의 먹거리들을 무분별하게 채취해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Q. 자월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자월도의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월도는 육지하고도 가까워서 여행하기 좋은 섬이기도 하지만, 어민들의 터전이거든요. 이 점을 고려해 주신다면, 자월도는 더 아름다운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예요. 어촌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볼거리 풍성한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많이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