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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옆 예술관

만화 × 디자인 :
그리고 만드는 작업실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

김현주 작가

글. 박영화 사진. 고인순

녹슨 철제 대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 동네 꼬마 아이들의 삐뚤삐뚤한 낙서와 평상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의 모습도 보기 어렵다. 정겨운 슈퍼가 사라지고 편의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요즘. 도시는 점점 정돈되고 있지만, 어쩐지 서운하고 서글프다. 김현주 작가는 잊혀가는 동네의 풍경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었단다. 혼자가 아닌 함께.

<원더랜드 인 시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제목으로, 시니가 동네를 탐험하는 콘셉트다.

뭐뭐하시니? 모모하시니!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매끄러운 콘크리트 건물 대신 다닥다닥 붙은 주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가는 사람도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예술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구도심의 풍경. 이곳이 맞나 의심하던 그때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보였다.

“모모하시니가 무슨 뜻인가요?” 기자의 질문에 김현주 작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질문부터 하실 줄 알았습니다. 다들 그것부터 물어보세요. 근데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을 어느 한 가지로 규정짓기 어려워서 ‘뭐뭐 할까?’, ‘뭐뭐하는 곳이야’라는 말을 조금 바꿔서 ‘모모하시니’라고 지었거든요.”

그림을 기반으로 일러스트, 만화,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하기에 ‘만물작업’이라는 이름도 붙이게 되었단다. 그러니까 모모하시니 만물작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현주 작가와 남편인 만화가 오현석 작가 부부가 운영하는 소소한 동네 예술 가게인 셈이다.

열 번의 만남, 일곱 편의 <미춸>

2020년 미추홀구 곳곳에서 <미춸>을 볼 수 있었다. <미춸>은 미추홀구의 줄임말로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김현주 작가를 비롯해 동네 주민 8명이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록한 동네 이야기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며 미추홀구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아 펴냈는데, 신문처럼 접을 수도 있고 포스터처럼 벽에 붙여놓고 볼 수도 있게 제작했다.

동네의 오랜 벽들, 미추홀 노포, 이 시절 동네 사람들, 동네 산책, 수봉공원 등을 주제로 다뤘었다. 이를테면 촌스럽지만 정겹고 순박한 집과, 거창하진 않지만 역사를 겹겹이 쌓아 올린 혹은 지금도 쌓아가는 중인 미추홀구의 작은 노포를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기록한 것이다.

“<미춸>은 애정이 담긴 동네 창작 기록물입니다. 주민들과 열 번 정도 만나서 일곱 편의 동네 이야기를 만들었죠. 2020년 겨울에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발행하고 있지 않지만, 그때의 활동을 계기로 우리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동네 이웃들과 함께 예술 작업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동네 기록 <미춸>. 동네 아지트 만들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동네 사람들과 지역을 다양하게 기록하며 모임을 하는 중이다.

보통 사람들과 보통의 날들

부부의 작업 공간 옆에는 레고로 가득한 책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부부의 아들인 ‘하신’이의 공간이다. 그러고 보니 하신이의 작품들이 작업실 곳곳에 걸려있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야 했기에 작업실도 가게 딸린 집으로 찾게 되었어요. 엄마 아빠가 작업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신이도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죠. 하신이도 자신을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더라고요. 단순히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일원으로서 당당히 함께하고 있어요.”

김현주 작가의 작업은 하신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에는 개인의 생각과 작업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하신이를 중심으로 한 세계에 관심을 더 두고 있다. 아이의 세계, 판타지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하신이가 동네를 탐험하는 모습을 판타지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수봉공원 중턱에 있는 오래된 이발관이나 동네 가게들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거죠.”

김현주 작가는 보통 사람들과 보통의 날들을 주제로 삼은 일상만화도 연재 중이다. 주로 육아 이야기인데, 100편씩 낱본 후 내년 하반기에 365편의 완본으로 묶을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지역 사람들과 연계해서 작업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역에서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부모와 아이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커뮤니티 공동체 ‘피쉬’를 만들어 활동 중인데, 5월에 피쉬의 공간도 오픈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제로웨이스트숍 ‘소중한모든것’과 함께 업사이클링 브랜드 ‘타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모모하시니에서 이뤄지는 예술은 제한 없는 ‘만물작업’이지만, 분명 보통의 동네, 보통의 물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극히 보통의 날들과 지속적인 삶의 기록이 결국에는 위대한 것으로 남는다’는 김현주 대표의 믿음처럼 말이다.

작업과 돌봄을 병행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 공동체 ‘피쉬’. 그림은 실제 피쉬 멤버이다.
모모하시니 프로젝트

업사이클링 브랜드 ‘타닥’의 제품. 카드지갑, 연필케이스 등 비닐을 업사이클링해 제품을 만들었다.

연수문화재단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가로 참여해 송도어촌계 갯벌 이야기를 만화로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