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밖 쉼표

E향, I향!
통영지사에서 통하다 나를 담은 향을 찾아서, MBTI 향수 만들기

외향형의 에너지도, 내향형의 고요함도 저마다의 고유한 매력을 지닌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통영지사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채로운 16가지 향료 병을 손에 쥐었다. 조금은 다르지만 그렇기에 다채로움을 나눌 수 있는 우리들.
어느새 서로의 향이 서로의 빈틈을 채운다.

오늘 하루 조향사! 나의 취향을 찾아서

안건을 논하던 회의실이 이날만큼은 특별한 조향 공방이 되었다. 익숙했던 공간에 MBTI 유형 16가지 에센셜 오일들이 진열되어 있다. 평소와는 다른 이색적인 회의실 분위기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들어선 통영지사 직원들의 코끝에 기분 좋은 설렘이 스민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조향 클래스의 막이 올랐다. 16가지 향을 차례로 맡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향을 먼저 골라내기 시작했다. 무작정 많은 향을 섞으면 각 에센셜 오일 본연의 매력이 흐려지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향 4~5개로 후보를 추리는 것이 지사 직원들에게 추어진 첫 번째 과제!
직원들은 스포이트를 조심스레 쥐고 시향지에 향을 떨어뜨리며 오롯이 후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향을 맡아가는 동안 회의실 곳곳에서는 나지막한 감탄사와 대화가 오갔다. “이 향이 저 향 같고, 저 향이 이 향 같다”라며 익살스럽고도 즐거운 감탄을 내뱉다가도, 서로의 시향지를 교환하며 “이 향이 시원하고 좋다”, “너하고 나하고는 취향이 완전 반대네”라고 웃음을 터뜨리는 등 테이블 위는 금세 활기로 가득 찼다.

정밀한 검사원의 손길로 맞추는 40방울의 공식

이번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내 취향에 맞는 ‘오 드 퍼퓸(Eau de Parfum)’을 직접 배합하는 과정이었다. 오 드 퍼퓸은 향료 원액의 농도가 20%에 달해 순간적인 발향력과 지속성이 뛰어난 고농도 향수다. “원료의 배합 비율에 따라 완전히 다른 향이 탄생해요”라는 강사의 설명에, 직원들의 눈빛이 순간 새로운 목표를 발견한 듯 빛났다.
각자가 선택한 메인 향을 중심으로 총 40방울의 양을 정확히 맞추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됐다. 스포이트 끝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에 향수의 정체성이 바뀔 수 있는 만큼, 회의실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전화번호 누를 때도 안 떨리던 손이 왜 이렇게 떨리냐”라는 검사원의 농담 섞인 고백에 긴장감은 유쾌하게 무너지기도 했다. 손끝 미세한 감각으로 공식 같은 방울수를 채워 나가며, 직원들은 자신만의 여름 향기를 담아냈다.
외근으로 향수 만들기 체험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들을 위해, 배합을 일찍 마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대신 향수를 만들어 주었다. 동료의 평소 취향과 이미지를 고민해내 향수를 만들 때보다 더 신중하게 스포이트를 움직이는 모습에서 다정한 동료애가 느껴졌다.

시원한 여름, 블루베리 스무디 내 향수에 지어준 이름

공병 가득 채워진 향수를 정성껏 흔들어 섞은 뒤, 직원들은 시향지에 첫 분사를 해보며 결과물을 확인했다. “달콤하고 싱그럽다”, “고급스러운 온천에 온 것 같은 향이다”라며 만족스러운 품평이 이어졌다. 뒤이어 향수의 이름과 제조 날짜를 라벨지에 적는 순서가 되자 직원들의 창의성이 폭발했다. 여름의 청량함을 담아 담백하게 ‘시원한 여름’이라 지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먹는 거 아니다”라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끝내 ‘블루베리 스무디’라는 달콤한 이름을 고집한 직원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직원들이 완성한 향수 역시 회의실 전체를 따스하게 채워갔다. 서로의 향수병에 라벨을 붙여주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평소 업무로만 대하던 동료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뜻깊은 시간이 이어졌다.

숙성의 시간만큼 깊어질 우리들의 쉼표

모든 배합을 마친 향수병을 흔들어 오일을 섞는 것으로 조향의 모든 공정이 마무리되었다. 완성된 향수병을 조심스레 파우치에 담는 직원들의 손길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오늘 만든 향수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강사의 당부가 이어졌다. 에센셜 오일 성분이 서로 부드럽게 어우러지려면, 1주에서 2주 정도 숙성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본연의 깊고 은은한 향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향수에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란히 앉아 서로의 취향에 귀를 기울이고 코끝의 주파수를 맞췄던 기억은 현장에서 즉시 발효되어 단단한 유대감으로 남았다.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병을 들고 환하게 웃는 통영지사 직원들의 모습에서, 이 여름을 더욱 싱그럽고 단단하게 버텨낼 향긋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체험 Talk Talk!


손충모 선임검사원
건강향

회식 외에는 직원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함께 리프레시도 하고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렸습니다.

박지수 주임검사원
상큼 상콤 향

검사하고 돌아온 후 좋은 향을 맡아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향기 치료 같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동우 검사원
바다포도 향

업무적으로 모이는 것 외에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해방감이었습니다.

박성추 주임연구조사원
Marine향

향수를 만들어 본다는 건 생각을 못 해봤어요. 다양한 향을 맡으면서 제 향기 취향을 알아가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