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공단을 직접 보신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공단은 현장의 전문성으로 움직이는 조직입니다. 선박검사 하나만 보더라도 배의 구조와 복원성, 현장의 운항 여건, 어업인과 여객의 안전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어선원 안전보건, 여객선 운항관리와 항만 보안심사(ISPS), 해양사고 예방 기술연구, 해양교통안전정보 서비스 등 모두 오랜 경험과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그 전문성이 더 잘 발휘되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숙련과 과학적 기술력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일 때 공단의 힘은 더 커집니다. 제가 가진 공공정책과 재정경제, 기후경제의 관점을 더해 공단이 국내 유일의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기후위기와 재정경제학을 연구해 오신 경험은 공단과 어떻게 맞닿아 있습니까.
반도국인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는 곧 해양수산의 문제입니다. 해양기상이 달라지면 항로의 위험이 달라집니다. 수온과 어장이 변하면 조업 방식도 바뀝니다. 어업인의 안전, 섬 주민의 이동, 연안 교통의 안정성이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독일 유학 시절, 기후변화를 산업과 재정, 국가 정책의 문제로 인식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그동안 공단은 디지털과 빅데이터 기반 해양안전관리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선박의 위치, 항로, 위험해역을 공간적으로 파악하는 기반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고 봅니다. 이제는 기후위기 속에 언제 위험이 커지는지 예측하는 단계로 가야 합니다.
재정경제학도 한정된 안전투자 재원을 어디에 먼저 써야 공공의 효과가 커지는지를 숙고하는 관점입니다. 사고 가능성이 커지는 시간, 반복 사고가 많은 선박, 기후변화로 위험이 커지는 조업 환경을 예측하고 거기에 자원을 집중해야합니다. 내년에 시작하는 연안여객선 공영항로 공공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섬 주민의 이동권을 지키되, 안전투자가 실제 효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를 위해 공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위험을 먼저 보고, 불편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조직문화입니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나그네가 어느 집을 지나다 곧은 굴뚝 옆에 땔나무가 쌓인 것을 봤습니다. 불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주인에게 굴뚝을 굽게 하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했습니다. 주인은 듣지 않았고 결국 불이 났습니다. 불을 끈 이웃들은 대접받았지만, 불을 막으려 했던 나그네는 잊혔습니다. 그럼에도 공단에는 ‘곡돌사신(曲突徙薪)’ 속 나그네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목소리를 잘 듣겠습니다. 그들을 경청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Q.
현장 안전수칙도 사고 전에는 번거롭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여름철 해양 현장에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7월 1일부터 외부 갑판 위 모든 승선원에 대한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화됐습니다. 구명조끼는 바다 위 안전벨트입니다. 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듯, 조업할 때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일은 기본입니다. 팽창식 조끼형, 팽창식 벨트형 등 구명조끼 종류도 다양해졌고, 착용성도 좋아졌습니다. 각종 기술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결국 바다에서는 구명조끼 착용 여부가 생사를 가릅니다. 기상과 수온에 따라 골든타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조업 시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단도 제도가 현장에 조기에 안착되도록, 구명조끼 착용 홍보와 교육을 이어가겠습니다.
Q.
현장의 안전수칙과 함께, 해양안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해양안전은 선박 안전, 어선원 안전, 여객 안전이 함께 맞물려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선박 안전입니다. 배가 안전해야 그 위에 탄 사람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선박검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닙니다. 복원성과 구조적 안정성이 생명입니다. 설비나 구조를 임의로 바꾸면 작은 변화라도 안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선박검사는 그 위험을 미리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여기에 어선원 안전과 여객 안전이 함께 가야 합니다. 어선원에게는 구명조끼 착용과 같이 현장 안전수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객선 이용객은 승·하선, 선내 이동 동선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야 큰 사고뿐 아니라 일상의 사고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해양안전은 선박에서 시작해 사람의 안전으로 완성됩니다.
Q.
AI와 디지털 기술은 공단의 예방 중심 안전관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I와 디지털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사람의 판단을 돕는 도구여야 합니다. 그 중심에 공단의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이하 MTIS)이 있습니다. MTIS는 해양수산 분야를 대표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 정보시스템입니다. 지난 2023년 9월 출시한 MTIS 모바일 앱은 누적 이용 건수 1,100만 회, 앱 다운로드 4만 7천 건을 기록했습니다.(26년 6월 기준) MTIS 기능 고도화를 위해, 취임 한 달여 만에 빅데이터 플랫폼 혁신 TF를 발족했습니다. 딱딱한 공식 회의체라기보다, 직원들이 직급과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현장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실험해 보는, 동아리형 공론장입니다. 올해 안에 MTIS를 해양교통안전 정책 지원과 선박검사, 여객선운항관리, 사고 대응까지 통합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고도화 할 계획입니다.
Q.
해운법 개정으로 연안여객선 공영항로 공공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공단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공영항로 공공운영은 헌법이 보장하는 섬 주민의 보편적 이동권과 국민에게 필요한 해상교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과제입니다.
공단은 2027년 1월 공영항로 공공운영에 대비해 6월 전담 조직을 꾸리고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인수 대상 여객선의 안전성, 항만시설과 승·하선 동선, 매표 시스템, 운항 정보 제공체계, 행정상 개선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바닷길은 안전하고 편리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공단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섬 관광 활성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3년째 전국 연안여객선터미널 등에 파도소리 도서관을 설치하고, 나들이철 여객선 북 콘서트도 운영 중입니다.
앞으로도 공단은 바닷길의 안전성과 공공성, 이용 편의를 함께 높여, 공영항로 공공운영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겠습니다.
Q.
공공기관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택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공공기관의 선택은 눈앞의 편익보다 공동체의 필요를 우선해야 합니다. 안전은 특정 집단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 아닙니다. 국민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 가치입니다.
어업인과 섬 주민, 여객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가치입니다. 공공기관은 그 가치가 제도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해야 합니다.
취임 이후 직원들과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손에 있던 불을 인간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예견했던 형벌까지 감수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공동체에 필요한 가치를 다시 공동체의 것으로 만드는 책임 있는 선택으로 봅니다.
공단의 역할도 다르지 않습니다. 위험을 예측하고, 누구나 안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언제나 공동체의 필요를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부임 이후 공단 직원들의 높은 전문성과 자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박을 살피고, 항로를 점검하고, 위험을 먼저 읽는 일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판단과 노력이 쌓여 국민의 바닷길 안전을 지킵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여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품고 일할 수 있어야 국민의 바닷길도 더 안전해집니다. 공단은 국민이 안심하고 바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더 촘촘히 살피고, 한발 앞서 움직이겠습니다. 국민에게 변함없이 신뢰받는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