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톡톡

바다에서 태어난 포장재 해조류와 ‘낫플라’가 보여주는 지속가능성

식탁 위 김과 미역을 보고 포장재를 떠올린 적이 있는가?
해조류의 천연 성분은 인류가 발명한 그 어떤 합성수지보다도 완벽하게 내용물을 보호하며, 사용 후에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특성을 지녔다.
익숙한 식재료에서 친환경 패키징 해법을 찾아낸 영국 스타트업 ‘낫플라(Notpla)’의 사례를 소개한다.

해조류와 포장재의 기묘한 연결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플라스틱. 가볍고 튼튼하며 저렴하다. 하지만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과 폐기는 매립지와 바다에 쓰레기로 돌아와 환경과 인류를 위협한다. 종이나 옥수수 전분(PLA)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종이는 물에 취약하고, PLA는 특정 시설에서만 분해된다는 한계가 있다. 낫플라는 이 지점에서 해조류의 방어 기제에 주목했다. 바다의 갈조류는 거친 물살 속에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천연 점성 성분, 알긴산염을 지니고 있다. 낫플라는 알긴산염을 얇고 투명한 막으로 가공해, 플라스틱처럼 유연하면서도 습기를 차단하는 포장재를 만들어냈다.

‘오호(Ooho)’와 런던 마라톤

낫플라의 기술력이 대중적으로 처음 증명된 사례는 액체 캡슐 ‘오호(Ooho)’의 등장이었다. 오호는 해조류 추출물로 만든 구 형태의 포장재로, 안에 물과 음료 등 액체를 담을 수 있다. 별도의 용기 없이 캡슐 자체를 입에 넣어 섭취할 수 있고, 껍질을 먹지 않고 버리더라도 일반 과일 껍질과 동일한 속도로 분해된다. 2019년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는 선수들에게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오호 캡슐이 지급되었다. 작은 변화가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다. 스포츠 경기 중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일상으로 다가오는 생분해 포장 용기

낫플라의 기술은 이제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종이컵이나 도시락, 배달 용기는 내부의 플라스틱 코팅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낫플라는 이 플라스틱 코팅을 해조류 성분의 천연 코팅제로 대체했다. 이 코팅제는 방수성과 방유성이 뛰어나 뜨거운 음식이나 기름진 소스를 담아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 사용 후에는 일반 종이와 함께 재활용하거나 가정용 퇴비 함에 넣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식물의 영양분이 된다. 최근에는 일회용 소스 파우치나 비누 등 생활용품 포장지까지 해조류 기반 소재로 전환하며, 기존 합성수지가 차지하던 영역을 하나씩 대체해 나가고 있다.

자신을 지키고, 생을 다한 후에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원리를 보여주는 해조류. 이제 우리는 묻는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은 사라지게 할 것인가. 우리의 작은 선택이 바다를,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