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수많은 생명이 저마다의 생존 방식으로 살아가는 무대다. 그중에는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존재들 안에 숨겨진 뜻밖의 진실도 있다. 익숙한 듯 낯선 해양 생물들의 비밀을 들여다보자.
바닷속을 들여다보면 형형색색 군락을 이룬 산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꽃이 활짝 피어 있는 듯한 산호의 모습 때문에 식물로 오해하곤 하지만, 산호는 엄연히 동물이다.
산호는 아주 작은 폴립(polyp)들이 모여 이루어진 군체로 촉수를 이용해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생물이다. 움직임이 거의 없고 땅에 뿌리 내린 것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어 식물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산호가 식물의 능력을 빌려 살아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호는 몸속에 조류(zooxanthellae)라는 미세한 식물성 생물을 품고 산다. 이 조류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영양분을 산호에게 나눠준다. 그 대가로 산호는 조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산호가 아름다운 색을 띠는 것도 이 조류 덕분이다.
산호와 조류의 공생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수온이 상승하거나 오염이 심해지면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아 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내 색을 잃고 하얀 뼈대만 남는데 이때 나타나는 현상이 백화현상이다. 산호초는 전체 해양 생물의 약 25%가 의존하는 서식처로, 산호가 죽으면 수많은 생물이 함께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 즉 산호의 백화현상은 단순히 색이 변했다는 의미가 아닌 생태계 붕괴를 알리는 경고인 셈이다.
바닷가에서는 옆으로 후다닥 달려가는 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게는 항상 옆으로만 걸을까? 그 비밀은 게의 몸 구조에 있다.
게가 옆으로 걷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리의 관절 방향 때문이다. 게의 다리는 사람처럼 앞뒤가 아닌 좌우로 굽혀지는 형태라서 옆으로 움직여야 관절 방향이 자연스럽다. 정면으로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이동 방식인 것이다. 게의 다리 구조가 이렇게 진화한 이유는 게의 생활 습관에 있다. 게는 굴속이나 바위틈 등 좁고 길게 퍼진 곳에서 사는데, 이런 공간에서는 몸을 돌릴 필요 없이 옆으로 즉시 도망가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는 전진이 절대 불가능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일부 종은 느리게나마 전진하거나 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위협을 느낄 때처럼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순간에는 옆걸음이 단연 유리하다. 앞뒤로 좁은 몸 구조 덕분에 옆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면 주위 지형에 부딪힐 위험도 줄어든다. 우리에게는 다소 익살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 바닷가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들에게 옆걸음은 더없는 생존 전략이다.
참고 자료
산호가 동물이었다? 산호초에 대한 (거의) 모든 것, 그린피스
게는 어째서 옆으로 걷는 거죠?,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