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마을 감성골목
논골담길
묵호등대마을의 비좁고 가파른 골목 끝, 그곳에서 마주한 커다란 등대, 등대에서 바라본 묵호는 환하게 불을 켠 오징어잡이배로 어느 밤보다 화려했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 그려진 소박한 벽화들, 논골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 이야기.
묵호등대마을의 비좁고 가파른 골목 끝, 그곳에서 마주한 커다란 등대, 등대에서 바라본 묵호는 환하게 불을 켠 오징어잡이배로 어느 밤보다 화려했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 그려진 소박한 벽화들, 논골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 이야기.
‘묵호(墨湖)’라는 지명은 조선 말기 강릉 부사 이유응이 지은 것으로, 바닷가에 물새가 유독 많이 모여들어 ‘새도 검고 바다도 검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1937년 개항한 묵호항은 1940년대 국제무역항으로 성장해 1970년대까지 동해안의 어업기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항구는 오징어잡이배 불빛으로 밤에도 대낮처럼 환했고, 묵호항에 일거리가 넘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동해에서 잡은 신선한 수산물이 마을 전체에 넘쳐 났다. 사람들은 판매할 생선을 건조하기 위해 지게나 고무 대야에 담아 덕장(물고기를 말리는 구조물이 있는 곳)으로 옮겼고, 그 과정에서 떨어진 물이 골목길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마치 모내기를 준비하는 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때부터 그곳을
‘논골’이라고 불렀고, 항상 물에 젖어 있는 탓에 ‘마누라와 남편은 없어도 살지만 장화 없이는 못 산다’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동해 경제를 이끌 만큼 번성했던 묵호항이었지만 동해항이 개항하면서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고, 사람들도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호황을 누렸던 묵호항은 그렇게 쇠락해 갔다.
회색빛이었던 동네가 다시 생기를 찾은 건 2010년,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면서부터다. 고된 뱃일을 마친 사람들, 노가리 안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던 대폿집, 큰 보따리를 머리에 인 할머니, 묵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오징어와 명태, 문어, 생필품이었던 장화 등 마을 사람들의 삶이 논골담길 곳곳에 그림으로
그려졌다.
논골담길은 네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논골1길’은 묵호의 옛이야기를, ‘논골2길’은 희망의 이야기를, ‘논골3길’은 황금기를 보냈던 묵호의 과거 모습과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논골4길’은 새로운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완성했다는 사실이 특별하다.
논골담길 시작점에서 10여 분 오르다 보면 정상에 있는 묵호등대에 다다른다. 묵호항 일대를 오가는 오징어잡이배를 비추었던 묵호등대는 1963년에 마을 주민들이 지게와 고무대야에 자갈과 모래, 시멘트를 담아 나르며 건립한, 이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3층 구조의 내부 나선형 계단으로, 전망대에 오르면 묵호항의 경관은 물론 동해, 두타산, 청옥산 등의 백두대간 봉우리도 볼 수 있다. 묵호등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상속자들>, <찬란한 유산> 등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장소로도 많이 등장했다.
동해시 해맞이길 289
논골담길의 유일한 기념품가게인 등대그집을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외관이 눈에 띄는 곳이다. 우뚝 솟은 빨간 등대와 알록달록한 집 모양의 소품으로 꾸며져 있는데,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할 것 같은 외관에 한 번, 주인장이 손수 만들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내부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관광기념품은 물론 주인장이 직접 만든 독특한 수공예품도 많으니 들러보자.
동해시 논골1길 17-6
요즘 논골담길의 핫플레이스는 단연 ‘말똥도나스’다. 그동안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어주었던 논골카페 대신 말똥도나스가 새롭게 등장했는데, 오픈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SNS에서 논골담길 핫플레이스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재밌는 모양의 도넛과 화려한 인테리어가 사진
찍기 좋아하는 MZ세대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 핑크, 블루, 오렌지가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는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느낌까지 든다.
말똥우유 도넛, 말똥초코 도넛 등 10여 개의 도넛과 논골 딸기밭, 말똥이는 인어공주, 묵호갈매기, 그시절 묵호 단팥빵 등 이곳만의 특징이 더해진 도넛도 판매 중이다. 음료도 독특한데, 말돈소금과 아몬드로 만든 크림라테인 씨솔트슈페너, 동해의 시원함을 담은 소다 맛 셰이크인 동해셰이크가
인기다. 드넓은 동해 바다와 아름다운 동해시를 한눈에 감상하면서 달콤한 도넛을 즐기고 싶다면 필수 코스다.
동해시 논골1길 24
묵호등대가 지척에서 보이는 숙소 겸 카페인 내게와, 묵호. 1층은 카페로 꾸며져 있는데, 공간이 그리 크지는 않아 연인과 또는 혼자 들러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머무르기에 좋다. 2층은 숙소로 사용 중이다. 커다란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묵호항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은, 혼자만 알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숙소다. 특히 밤 야경이 환상적인데, 삼면이 바다로 펼쳐져 있어 마치 바다를 품은 듯한 느낌이다. 루프톱에서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뚝 선 등대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번쯤 이곳에 머물렀다면 분명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 가득한, 선물 같은 숙소다.
동해시 해맞이길 286
동해의 맑고 푸른 바다를 닮은 듯한 도깨비가 있는 곳,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다. 도째비는 도깨비의 강원도 방언으로, 비 내리는 밤이면 묵호항 어시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불빛이 자주 출몰했다는 구전에 따라 도째비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스카이밸리 내에서도 동해를 향해 곧고 길게 뻗은 높이 59m 스카이워크에 관광객이 붐비는데, 일부 구간을 강화유리로 제작해 마치 허공을 걷는 것처럼 아찔한 기분이 든다. 스카이 사이클, 원통 슬라이드를 미끄러져 약 30m 아래로 내려가는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 바다를 배경으로 짜릿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동해시 묵호진동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