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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갈지도

저물어 가는 한 해,
어느 날 원산도에서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크든 작든 저마다의 바람을 품고 시작했을 올 한 해가 저물어간다.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아쉬움이 없는 한 해로 기억되길.
혹여 아쉬움이 남는다면 고개를 들어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바라보기를.
잔잔한 풍경들이 그런대로 괜찮은 한 해였다고, 고생했다고 위로를 건넬 테니까.
원산도에서 우연히 마주한 노을이 그러했듯.

해저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섬

충남 보령은 크고 작은 섬들이 많고, 수도권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짧은 휴일에도 쉽게 다녀올 수 있어 여행 가기 좋은 곳이다. 연말, 가족끼리 연인끼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접근성 좋은 보령의 섬을 찾아보자. 죽도, 외연도, 삽시도, 고대도 등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의 풍경들이 연말의 분위기를 더욱 운치 있게 해줄 것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면, 주저 없이 원산도를 추천한다. 2021년, 원산도와 대천항을 잇는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고 난 뒤 꼭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섬으로 더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원산도로 떠날 마음을 먹은 뒤부터 가장 기대했던 게 보령해저터널이었다. 바다를 관통하는 터널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게다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라고 하니 의미도 있고.

기대를 잔뜩 품고 드디어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하는 순간! 생각했던 ‘아쿠아리움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차로 바닷속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보령해저터널 덕분에 관광객이 늘었으니 원산도 입장에서는 ‘기특한 녀석’이 아닐까.

원산도는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고 난 뒤 꼭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섬으로 더 유명해졌다.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도,
캠핑하기도 좋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초전항에서면 보이는 것들

가장 먼저 도착한 초전선착장. 초전선착장 앞에 나 있는 해안길이 마을, 바다와 어우러져 정겨운 모습을 자아낸다. 마을 분위기가 좋아서 해안길을 따라 쭉 걸어본다.

“저 멀리 보이는 게 안면도래.”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진짜 안면도가 보인다. 그뿐인가 태안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가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 예전에는 원산도에 가려면 보령의 대천항과 오천항, 안면도의 영목항 등에서 배를 타야 했는데 원산안면대교가 개통되면서 차량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보령해저터널이 생기기 전부터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멀리 원산안면대교를 바라보며 길이 나오지 않는 마을 끝까지 갔다가 다시 초전선착장으로 왔다. 요기를 해볼까 해서 선착장 주변에 있는 몇 개의 식당들을 둘러봤다. 그중 ‘초전부녀회 맛집’이라는 식당은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고. 문을 일찍 닫는 탓에 맛을 볼 수는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리던 찰나 지나가던 어르신이 한마디 보탠다. “여기 파전이랑 국수가 맛있어요.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와서 드셔보세요!” 어쩐지. 외관부터가 맛집 향기가 나더라니.

노을이 드리운 한적한 바닷가

“원산도는 또 어디를 가야 좋을까요?” 어르신께 슬쩍 여쭈어보니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기 오봉산해수욕장이랑 캠핑장 가봐요. 좋아.” 원산도 여행길에 오를 때 오봉산해수욕장이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캠핑장이라…. 알지 못했던 사실에 어르신과 몇 마디 더 나눠보니 원산도는 낙조가 아름답고, 접근성도 좋아 차박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보령해저터널이 생기고 난 후 캠핑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고.

한번 들를까 싶어 원산도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사창캠핑장으로 향했다. 아는 사람들은 사창캠핑장이라고 말해도 알지만, 초행길이라면 내비게이션에 사창해수욕장야영장으로 검색해야 한다.

초전선착장에서도 멀지 않아 금세 도착했다. 3팀이 바다가 바로 보이는 쪽에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둘러나 보고 가야지’라고 생각하고 바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아, 여기는 무조건 캠핑을 해야겠구나!’ 낙조와 적당히 몰아치는 파도, 백사장의 풍경이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낙조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우연이었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조용했던 바다에 드리운 찰나의 낙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돌아갔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사창해수욕장 낙조의 여운을 머금고 계획했던 오봉산해수욕장으로 향해본다. 고운 모래를 밟으며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는 곳까지 걸었다. 그 사이 낚시꾼들 뒤로 낙조가 더 짙어졌다. 평화로운 풍경이 좋아서 해가 모습을 감출 때까지 바라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원산도에서 담아온 잔잔한 풍경들 덕분에 가는 한 해가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낚시꾼들 뒤로 짙어진 낙조가 원산도에서의 하루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 준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원산도의 저녁.

원산도 어촌계의 미래 진창 어촌계

원산도에는 총 3개의 어촌계가 존재한다. 1리 선진 어촌계, 2리 점취 어촌계, 3리 진창 어촌계다. 어촌계원 122명으로 이루어진 진창 어촌계는 3개 어촌계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봄, 가을에는 바지락을 많이 캐고 4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는 해삼을 주로 한다. 대부분의 어촌계가 그러하듯이 진창 어촌계원의 평균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2022년 강명식 어촌계장이 부임 후 어촌계 대위원들의 나이를 60대 이하로 낮췄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대신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진창 어촌계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다. 실제로 바지락 캐기 체험장이나 홍합 양식장 등의 사업을 추진하느라 진창 어촌계원들은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기존의 어촌이 1차 산업에 머물렀다면, 6차 산업 쪽으로 바꾸기 위해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다. 부가 가치를 높여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진창 어촌계의 미래가 기대된다.

Interview
진창 어촌계 강명식 계장

Q1.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원산도가 고향인데, 고등학교 때 안양으로 가서 부천에 터를 잡고 살다가, 2016년에 원산도에 돌아왔어요. 홀어머니가 원산도에 계셔서 모실 겸 오게 되었습니다. 주업으로 낚싯배를 운영하고 있어요.

Q2. 원산도 자랑 부탁드려요.

일단 충청남도에서 가장 큰 섬이에요.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고 나서 더 발전하고 있는 곳이죠. 자연에 가까운 섬이라기보다 도시와 자연 그 중간의 섬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접근성이 좋아서 금, 토, 일에는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천연 모래로 된 오봉산해수욕장, 낙조가 유명하고요. 최근에는 캠핑하러 많이 오십니다.

Q3.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한말씀 해주세요.

검사원들이 일단 친절합니다. 검사하러 오면서 어민들에게 홍보할 것도 잘 알려주고요. 어민들이 피해보지 않는 방법을 많이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참 고마워요. 할 수만 있다면 상을 주고 싶어요.

면포차 강성재 대표(어촌계원)
&조혜민 씨 부부

Q1. 자기소개해 주세요.

원산도에서 식당 면포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인어른이 편찮으셔서 아내와 함께 봉양하러 왔다가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들어온 지 벌써 4년이 조금 넘었네요. 진창 어촌계에서는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2. 원산도 자랑 부탁드려요.

아내와 연애 시절부터 휴가 때마다 원산도에 자주 왔어요. 다닌 지는 15년이 넘은 것 같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골 할머니 집에 왔다가는 느낌처럼 좋아요. 어르신들도 정말 잘 챙겨주시고요. 지내면 지낼수록 정겨운 동네입니다.

Q3. 관광객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오시는 건 정말 좋은데, 캠핑하거나 여행하고 떠났을 때 쓰레기가 정말 많이 보여요. 남아 있는 저희가 그걸 다 치워야 하는 상황이죠. 원산도를 위해서 쓰레기 분리수거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법 해산물 채취도 멈춰주세요. 어민들의 생계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어촌계, 함께 만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