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의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해 게 껍데기 추출 성분으로 만든 마스크 필터가 등장해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럴만한 것이 일반 마스크가 400년이 지나야 썩는다면 이 마스크는 30일이면 분해된다. 코로나 시대 한때 최고의 백신으로 불리다, 최근 환경 파괴 주범이 되어버린 마스크의 자리를 대체할 게 껍데기로 만든 친환경 마스크의 면면을 살펴보자.
Text. 정임경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매달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의 수는 무려 1,290억 개. 문제는 이 일회용 마스크가 플라스틱 빨대 소재와 같은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썩기까지 무려 4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며 버려진 마스크들은 세계 곳곳의 해변에서도 발견되었는데, 한때 홍콩의 무인도인 소코 섬에서도 버려진 마스크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리는 마스크가 비에, 바람에 실려 무인도까지 간 것이다.
2021년 당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생분해 마스크 필터를 개발한 황성연 교수 연구팀 또한 2020년 한 해 15억 개 이상의 마스크가 바다로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버려지더라도 바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재와 제품 개발에 나섰다. 연구 중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 성분을 활용한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한계를 넘어선 게 껍데기의 환골탈태다.
게 껍데기로 만들어진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는 어떨까?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로 이뤄진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고온 다습한 여름에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에 묻는다면 한 달 안에 분해가 가능하고, 효소를 이용하면 6시간 내에도 분해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재사용까지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하루 한 장의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중에 나와 있는 마스크의 경우 바이러스,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정전기 필터를 사용하는데 이 정전기 필터의 단점이 습기에 약해 오랜 시간 반복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100% 생분해 마스크 필터는 정전기가 아니라 전하 원리를 이용해 외부 바이러스를 차단한다. 코팅 성분인 키토산 나노위스커는 양극(+)을 띄고 바이러스 및 미세먼지는 음극 (-)을 띠어 자석에 끌리듯 필터에서 차단하는 것이다. 이 필터는 습기에도 강해 여러 번 착용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생분해 마스크 필터 성능이 KF94 수준과 비슷하면서도 호흡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필터의 효율성은 호흡의 편안함과는 반비례하는 만큼 두 가지 요소를 충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달 만에 100% 분해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점, 탁월한 성능 등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도 소개됐다.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 연구팀은 마스크의 철사 부분, 콧대 고정 철사, 연결 고리, 고무줄 등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한다. 또 이 생분해 마스크 필터가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도 덧붙였다. 가격 경쟁력도 키워야 하고, 관련된 규제의 보완과 같이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 그래도 시작이 반이듯 하루빨리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가 우리 앞에 등장해주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