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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르는 만리포 사랑

만리포어촌계

멀리 펼쳐진 그림 같은 수평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위를 유유히 나는 갈매기, 해안가의 울창한 송림이 더해져 낭만을 자극하는 태안의 만리포. 여행객들에게는 멋과 낭만의 고장이지만, 바다가 삶의 현장인 만리포어촌계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분주하고 활기찬 일상이 펼쳐지는 생활의 터전이다. 후한 인심과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간직한 만리포어촌계를 찾았다.

Text. 한율   Photo. 전재천  Video. 최의인

태안지사에서 어민들의 편의를 위해
두세 배 더 열심히, 더 바쁘게 뛰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저를 포함한 우리 어민들이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빼어난 풍광 속 작은 어촌마을

태안군 대표 해수욕장의 명성을 넘어 서해를 대표하는 3대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만리포해수욕장 덕분일까. ‘똑딱선 기적소리’로 시작하는 대중가요 ‘만리포 사랑’은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다. 요즘 세대로 치자면 ‘여수 밤바다’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 사람들에게 만리포는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곳’이나 ‘멋과 낭만이 흐르는 곳’으로 통했다. 최근 만리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만리포해수욕장이 국내외 서퍼들 사이에서 ‘만리포니아’라고 불리며 새로운 서핑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태안지사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자 만리포항 선착장 주변을 주 어장으로 하는 만리포어촌계에 다다랐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태안지사 김희진 검사원을 맞이하는 만리포어촌계 이성원 계장의 환한 미소가 친근하고 소박한 느낌을 간직한 어촌마을 풍경과 어우러지며 정답게 다가왔다. 만리포에서 나고 자란 이 계장은 만리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만리포는 풍광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에요. 개장한 지 65년 된 만리포해수욕장과 그 끝자락에 있는 뭍닭섬의 산책로에서 아름다운 서해와 울창한 송림을 즐길 수 있어요. 약 6.5km의 순환형 걷기 코스로 조성된 소원면 의향리의 태배길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풍광에 반해 시를 남겼다는 유래가 있을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요. 태배전망대는 탁 트인 바다의 풍광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는 숨은 명소로 꼽히고요. 또 지난해 7월 문을 연 37.5m 높이의 만리포 전망타워는 드넓은 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만리포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계장은 2011년 만리포어촌계장으로 취임 후 11년 동안 만리포의 발전을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만리포어촌계는 관내 35개 어촌계 중 6ha의 어장을 가진 규모가 작은 어촌계에 속하며, 현재 약 210세대, 46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주민 대부분이 펜션이나 식당 등 관광업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50가구 정도만이 어업에 종사한다. 18명의 계원으로 시작한 어촌계는 계원을 충원하며 지역민과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촌 진입장벽 완화 우수어촌공동체 지원 사업’에서 우수 어촌계로 선발됐어요. 지난해까지 20명의 신규 계원을 영입해 현재 총 39명의 계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민과 어촌계원들이 혼연일치되어 젊고 활기찬 만리포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태안지사 김희진 검사원과 만리포어촌계 이성원 계장

활기 넘치는 바다와 인심 가득한 사람들

태안은 꽃게와 주꾸미의 본고장으로, 여행객들에게 식도락 여행지로 손꼽힌다. 태안 꽃게는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며 청록색의 윤기가 흐르고 특유의 반점이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낙지보다 연하고 쫄깃해서 씹는 맛이 일품인 태안산 주꾸미는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잡아 올려 신선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영양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리포어촌계는 봄, 가을이면 꽃게잡이 통발업이 주를 이룹니다. 태안 꽃게는 지역의 상징이자 대표 수산물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 밖에 주꾸미와 잡어도 잡고,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물속에 늘어뜨려 고기를 잡는 주낙도 하고 있고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꽃게 수확이 덜해 어민들의 시름이 좀 깊어요. 어민들은 늘 풍어를 바라지요. 내년에는 꽃게도 많이 잡고 풍어를 이뤄 어민들의 수입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민들의 삶이 즐겁고 행복할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이 계장은 어촌계장으로 취임 후 마을 양식장을 개방했다. 여행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마을은 전보다 활기가 넘쳤다.

“만리포어촌계는 인심이 넉넉해요. ‘인심’하면 충청도지유~! 뭍에서 바지락, 맛조개 등을 캐는 건 얼마든지 가능해요. 만리포가 유명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뭔가 소소한 재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안전한 놀이가 가능하도록 사람들에게 항상 당부의 말을 잊지 않고 있어요. 저희 마을에는 낚싯배도 있으니 낚시도 많이 하러 오세요! 만리포 바다는 늘 재미가 넘칩니다.”

현재 만리포는 공사가 한창이다. 2019년 해양수산부에서 진행하는 ‘어촌뉴딜300’ 사업에 선정돼 선착장 연장 및 선양장 확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을 내에 약 300평 규모의 광장을 조성하고, 어민복지회관과 마을 내 방송실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이 계장은 “만리포는 공사가 완료되면 더 아름답고 더 자주 오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전한 바다를 위해 손을 맞잡고 한마음

만리포어촌계는 태안지사와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해양 안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 년 전부터 태안군 소원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태안지사 김희진 검사원은 만리포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푸근한 인상이 여전히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만리포에 처음 와서 이 계장님을 뵀을 때, 계장님이 여자 검사원은 처음이라며 좀 놀라셨어요. 자주 뵙고 소통하면서 친근한 검사원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만리포어촌계는 다른 어촌계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이 계장님을 비롯해 계원분들이 어촌계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계십니다. 특히 선박의 안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어촌계보다 철두철미하시죠. 평소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전화로 물어봐 주시고, 선박 검사 시기에는 모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세요. 선박 검사를 할 때는 제 안전을 더 걱정해주시는데요. 그럴 때 저도 큰 힘을 얻습니다.”

김 검사원의 칭찬에 이 계장이 밝게 웃었다. 그는 “실력과 꼼꼼함을 갖춘 김 검사원님 덕분에 안전에 더 각별하게 신경을 쓰게 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검사를 신청하면 ‘언제, 몇 시가 편하냐’고 묻는 전화 연락이 바로 와요. 검사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검사증도 검사 당일 저녁에 바로 나옵니다. 그러면 김 검사원님이 다음날 찾아가시라고 연락해줍니다. 검사 만료일도 사전에 연락을 해주니까 어민들이 잊지 않고 신청할 수 있지요. 검사일에는 조업 상황을 고려해 검사원님이 꼭 한두 시간 먼저 와서 대기를 하고 있어요. 태안지사에서 어민들의 편의를 위해 두세 배 더 열심히, 더 바쁘게 뛰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저를 포함한 우리 어민들이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계장과 김 검사원은 “안전한 바다를 위해 더욱 힘을 합치자”고 약속했다. 두 사람의 웃음 뒤로 만리포의 풍경이 아스라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