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오색의 숲이 있다. 파랗고 노랗고 붉은 해조류는 살랑살랑 제 몸을 흔들며 모든 생명체에게 인사를 건넨다. 바다의 채소로서 우리는 흔히 해조류를 입으로 즐겨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기후변화 시대에 해조류가 플라스틱 및 일회용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다.
Text. 강초희 Reference. 마린이노베이션
지구에 살기 시작한 최초의 생명체 중 하나인 해조류. 미역, 김, 파래 등 그 종만 약 3만 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비타민과 칼슘, 철분, 마그네슘, 요오드가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 최근 헬스케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해조류 역시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는데, 국수, 샐러드, 올리고당 등 다양한 건강식으로 출시되어 해조류를 외면했던 서양에서조차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해조류의 진가는 ‘건강’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는 현재,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하면서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소정의 성과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은 마린이노베이션이다. ‘바다에서 혁신한다’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바다에서 지구의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해조류다.
지구 면적의 약 70%는 바다가 차지하고 있다. 그 뜻은, 해조류는 고갈되지 않는 자원이라는 의미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해조류 부산물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대체할 친환경 신소재를 완성한 마린이노베이션은 이를 소재로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는 자사 브랜드 ‘자누담’을 출시했다. 해초 종이컵을 비롯해 해초 종이접시, 생분해 비닐봉지, 포장 패키지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자누담은 불필요한 코팅제 대신 친환경 키토산 코팅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모든 제품은 90일 이내에 생분해된다.
해초 종이컵과 접시
친환경 원료, 코팅을 적용한 자누담 제품
앞서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탕수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자누담의 차이점은 극명하다. 첫째, 버려지는 부산물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단가가 저렴하다. 둘째, 해조류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항균성이다. 덕분에 세균을 제거하는 장점이 있다. 셋째, 해조류는 생분해를 빨리 촉진시키는 성분이 있다. 그로 인해 목재나 다른 친환경 소재에 비해 더 빨리 생분해된다.
물론 해조류로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려던 곳이 없진 않았다. 실제로 컵을 제작한 회사도 있었고, 비닐류를 만든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마린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상용화를 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데, 앞서 성공했던 사례들은 이를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 하더라도 개당 만 원이라는 가격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울 터다. 하지만 자누담의 경우 종이컵 10개입 2천 원, 봉투 50장을 4만 원에 판매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올바른 생각과 행동’이라는 슬로건으로 깨끗한 지구 환경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마린이노베이션.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