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해안의 절경이 모여 있다는 올레 7코스. 그곳에 법환어촌계가 자리한다. 국내 최남단 어촌마을이자 국내 최초의 해녀 양성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법환어촌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Text. 최미혜 Photo. 전재천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위치한 제주지사에서 차로 1시간 반 남짓 거리, 제주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라산 능선을 따라 달리면 법환어촌계에 다다른다. 멀리 보이는 범섬과 마주한 법환어촌계에서는 고즈넉한 제주의 풍경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육각의 주상절리와 기암괴석, 바다와 바람이 빚어낸 자연 해수풀에서 해녀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다.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법환어촌계 고승철 계장이 제주지사 김대훈 검사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벌써 65년, 법환마을에서 나고 자란 고 계장은 현재 법환해녀학교 교장을 겸하고 있다. “법환어촌계는 현재 70여 명의 계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주에서 해녀가 가장 많은 부락이며, 해녀들이 열심히 물질해 가정을 이끌어왔죠. 하지만 생계를 책임져온 해녀들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위해 해녀학교 설립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2015년, ‘법환 좀녀마을 해녀학교’가 문을 열었고, 벌써 8기생까지 총 241명이 졸업, 그중 61명이 각 지역 어촌계에 가입한 상태다. 고 계장은 해녀 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한 노력이 법환어촌계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때마침 해녀체험센터를 나서던 해녀회 문순자 부회장과 법환어촌계의 계원 현여생 여사가 인터뷰 자리에 합석했다.
문순자 부회장은 55년, 현여생 계원은 35년 동안 활동해온 베테랑 해녀다. “법환어촌계 자랑을 한다면 셀 수 없이 많지만, 제가 평생 살면서 느낀 건 주민 간의 끈끈한 관계예요. 해녀 어르신부터 젊은이들까지 모두가 어촌계의 질서를 잘 유지해왔기에 지금의 우리 마을이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문순자 부회장은 아름다운 마을에서 태어나 물질하며 살아온 삶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현여생 여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을 자랑을 보탠다. “우리 계장님 자랑을 하고 싶네요. 이전 계장님들도 훌륭하셨지만, 고 계장님이 계원들을 잘 이끌어주고 계세요. 법환어촌계에서 가장 많이 나는 게 전복과 해삼, 소라인데요. 특히 제주에서 자연산 전복이 가장 많은 곳이에요. 우리 어촌계 해녀들이 산란기에 전복을 잡지 않고 금어기를 잘 지키는 건 계장님의 철저한 단속 덕분이죠.” 이렇게 법환어촌계 주민들은 천혜의 자연과 공존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제주지사와 법환어촌계는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안전점검 정례화 및 해양사고 예방과 교육을 위해 자매결연한 것이다. 김대훈 검사원은 “제주지사는 법환어촌계와 수시로 연락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선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점검은 물론 선주, 선장님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교육을 지원하고, 어업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고승철 계장은 제주지사 김선권 지사장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사장님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동하세요. 제게 전화도 자주 하시고, 법환어촌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죠. (웃음) 어업에 필요한 장화, 조끼 등 상당히 많은 물품을 지원받았어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매결연 이후 법환어촌계는 제주지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해녀 양성에 좀 더 힘을 쏟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제주 해녀의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1960년대에는 24,000여 명의 해녀가 활동했으나, 1970년대에 들어서 17,000여 명으로 줄었고, 이제는 3,600여 명 규모라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 70~80세의 고령 해녀들이 은퇴하고 나면 제주에 남는 해녀는 1,000여 명 남짓. 고 계장은 해녀 문화가 꾸준히 유지되어야 제주 전체는 물론 법환어촌계가 성장한다며 해녀학교 발전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법환어촌계의 새로운 목표 역시 해녀학교 발전과 연관되어 있다. “기수마다 30여 명의 교육생을 훈련시키기에는 건물 규모가 너무 협소합니다. 앞으로 어촌계장으로서의 임기가 4년이 남았는데, 임기 내에 해녀학교 건물을 2층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이어 고 계장은 법환어촌계가 있는 법환포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태풍이 다가올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법환포구입니다. 하지만 시설이 너무 열악하죠. 법환포구에 31척의 배가 있는데, 주의보라도 뜨면 서귀포로 피항을 가야 해요. 지난번에는 야간에 피항을 가다 배 한 척이 뒤집힌 적도 있어요. 다행히 인사 사고는 없었지만, 추후 주의보 정도에는 피항을 갈 일이 없도록 시설이 나아졌으면 합니다”라며 포구 시설 확충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제주의 상징인 해녀 문화가 보존될 수 있도록 서로를 살피는 관계. 제주지사와 법환어촌계의 유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법환어촌계 고승철 계장
제주지사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경 써주셔서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자매결연을 맺은 만큼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랄 뿐입니다. 전 제주 전통의 해녀 문화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해녀회 문순자 부회장
해녀로서의 삶은 힘들고 고되지만, 그만큼 행복합니다. 지금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법환어촌계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제주지사에 감사를 전합니다.
법환어촌계 현여생 계원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금어기를 지키는 것.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저희에게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제주지사처럼 저희도 기본을 잘 지켜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