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동굴과 멋진 풍광의 해변을 간직한 강원도 삼척. 여행객들에게는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관광지이지만, 삼척에 자리한 어항들은 수많은 어민들의 터전이다. 작고 소박한 오분리항도 그중 하나. 동해지사 이영석 차장과 박동훈 주임이 어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오분리로 향했다.
Text. 한율 Photo. 전재천 Video. 성동해
삼척의 오십천 하류, 밀물과 바닷물이 합수되는 지점에 자리한 작은 포구, 오분항. 고기잡이배가 늘어선 아담한 항구에선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배에서 그물을 내리던 오분리 어촌계 김선호 계장과 ‘태종호’ 선주 김선기 선장이 동해지사 이영석 차장과 박동훈 주임을 보자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함께 있던 오분리조선소 김수남 대표의 얼굴에도 반색이 가득하다.
“아이고, 오랜만에 차장님이랑 주임님을 만나니 반갑네요! 그동안 잘 지냈지요? 동해지사 직원들도 다 잘 지내죠?”
“네! 그럼요. 다들 잘 지내셨죠? 오분리에 와서 세 분을 보니 참 반갑고 좋습니다.”
박동훈 주임의 말에 세 사람이 활짝 웃었다. 이들은 30~40년 이상 어업과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는 바다의 베테랑들. 세 사람의 얼굴에서 광활한 바다의 여유가 느껴진다. 오분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김선호 계장은 고향 오분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는 올해로 7년째 오분리 어촌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어민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동해지사에 전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그가 오분리의 지역적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오분리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신라 지증왕 때 이사부 장군이 울릉도와 독도를 우리 역사에 편입시켰는데, 바로 이곳 오분항이 이사부 장군의 우산국 정벌 출항지입니다. 이사부 출항 기념비가 이 근처에 있어요. 또 하나, 오분리의 자랑이라면 바다를 사랑하는 어민들이 성실하게 삶을 일궈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분항의 어선은 통발선과 자망선이 99%를 차지합니다. 어업의 강도가 타 지역보다 센 편인데, 대신 연간 소득이 높은 곳이지요.”
오분항 오십천 하류는 육지로 올라오는 고기들의 길목이라 사시사철 낚시를 하는 강태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가을이면 연어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오십천으로 올라오는 장면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오분리에는 조선소도 남아 있다. 오분리조선소를 운영한 지 40년이 넘는다는 김수남 대표는 어민들의 귀중한 협력자다.
“동해에서 삼척까지 제 손을 안 거친 배가 없죠. 배가 완성 혹은 복구돼 나갈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민들과 함께하는 이 일이 참 좋습니다. 원래는 제주가 고향인데, 오분리에서 55년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분항을 드나드는 선박은 대부분 소형 어선이다 보니 꼼꼼하고 정확한 검사가 더욱 중요하다. 철저한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은 해양사고의 저감! 김선호 계장과 김선기 선장은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동해지사 선박검사원들의 열의와 책임감이 대단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선박 검사를 진행할 때 어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주니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근래 타 지역에서 소형 어선에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선박검사원들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줘서 오분리 어민들 모두 화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어선마다 소화기를 설치해줘서 무척 고마웠습니다. 우리의 크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안전과 직결된다는 걸 항시 일깨워주니까 어민들이 늘 안전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선박검사원들 덕분에 마음이 든든합니다.”
김선호 계장의 칭찬에 이영석 차장과 박동훈 주임은 보람이 느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선기 선장은 검사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젊어지다 보니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며 칭찬을 더했다. 세 사람은 동해지사의 장점으로 소통력을 꼽았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안전이 최고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시때때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생깁니다. 동해지사와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안전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잘 통하면 뭐 어려울 게 있습니까! 힘든 일은 서로 마음을 모으고 함께 풀어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바다와 함께하는 이들의 삶에는 애환이 자리한다. 때로는 만선의 기쁨이 넘치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도 숱하다. 하지만 바다 곁에서 살아가는 삶은 이들에게 행복이다.
“어부들이 바다로 나가는 까닭은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듦과 고단함을 이겨내야 합니다. 어업을 통해 많이는 아니더라도 돈도 벌고 자식들 공부도 시켰으니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어업 생산량이 지금보다 많아져서 오분리 어민들의 소득이 향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선호 계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선기 선장. 그도 “고기 많이 잡는 게 최고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어민들의 걱정거리도 있다.
“어업이 힘든 일이다 보니 이 일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없습니다. 선원들 구하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인 대신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돈이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오분리에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우산국 정벌 출항지인 오분항 일원이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 출항지 주변으로 바다전망대와 해변산책로 등이 갖춰질 예정이고, ‘이사부 독도 평화의 다리’도 완공 계획에 있다. 김선호 계장은 “관광지가 조성되면 이곳 오분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어민들도 관광산업을 위해 힘을 보태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라며 희망찬 청사진을 그렸다.
오분리 어촌계 김선호 계장
어민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동해지사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지금도 매우 잘해주고 있지만, 선박 검사와 관련된 안내와 홍보가 지금보다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오분리조선소 김수남 대표
최선을 다하는 선박검사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안전을 위한 규제가 과거보다 많이 강화되었습니다. 영세한 어민들의 상황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종호 선주 김선기 선장
선박검사원들이 애써주는 덕분에 어민들이 바다에서 안전하게 어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이 소통하면서 다 함께 안전한 바다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